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 후 전원할 ‘중간단계 병원’ 전무한 상태 코로나19 경증환자 수용은 가능하겠지만 증상 악화 후 선제적 대응 어려워 질환중심 전달체계 형성·지역 의료서비스 강화 등 산적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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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확진자 발생은 감소하는 추세로 접어들었지만,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1일 0시 기준 총 확진자 수는 7755명으로 집계됐고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조만간 의료전달체계 상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19 대응체계 상 생활치료센터(1차)와 국가지정격리병상(3차)은 갖춰졌는데 중간단계인 2차 병원의 역할을 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최근 본지와 만난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예방의학과)은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도드라지고 있다. 수십 년간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저변에 깔려있는데 병상 공급이 부족해지니 그 민낯이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의료전달체계 상 3차 기관, 즉 상급종합병원에 자원이 집중되고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각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했지만,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의료서비스 제공 수준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그 피해는 지역사회로 코로나19가 전파되면서 가중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 두고 중증환자를 선별해 음압격리병실을 이용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간지대에 놓인 환자를 돌볼 병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윤 원장은 “추후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더라도 경증환자를 입소시키는 생활치료센터를 추가하는 것은 사회 각계의 노력으로 해결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경증환자의 증상이 심각해질 경우, 이를 선제적으로 대처할 병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허리 역할 병원의 부재가 곧 한계, 지역별 균형발전 필요생활치료센터에서 국가지정격리병상을 갖춘 병원으로 전원하기 이전에 환자를 담당할 지역 내 배후병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춘 곳은 전국적으로도 일부 전문병원 몇곳만 존재한다는 분석이다.그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내과계, 호흡기 질환을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는 이른바 ‘허리 단계’ 병원 역할론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평상시에는 쏠림현상이 있어도 의료체계 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결국 의료시스템 관점에서 질환 중심 전달체계를 확보해야 하고 지역별 균형적인 의료자원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이다.윤 원장은 “코로나19가 소멸되면 즉각 지역에서도 감염병을 대응할 수 있는 병원의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병상의 규모가 아닌 질환을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체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또한 ”지역 내에서 병원 하나가 독립적으로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의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정보가 공유되는 체계가 존재하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추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그가 말하는 유기적 체계는 ACO(A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진료기구)를 의미한다. 현재 미국에서 적용되는 체계로 정해진 환자 집단에 대해 각 종별 의료공급자들이 협력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문재인케어로 인한 발생한 재정적 위협을 방어하는 새로운 지불체계로 떠올라 전문가들의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