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 후 전원할 ‘중간단계 병원’ 전무한 상태 코로나19 경증환자 수용은 가능하겠지만 증상 악화 후 선제적 대응 어려워 질환중심 전달체계 형성·지역 의료서비스 강화 등 산적한 과제
  • ▲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박근빈 기자
    ▲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박근빈 기자
    코로나19 신규확진자 발생은 감소하는 추세로 접어들었지만,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1일 0시 기준 총 확진자 수는 7755명으로 집계됐고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조만간 의료전달체계 상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19 대응체계 상 생활치료센터(1차)와 국가지정격리병상(3차)은 갖춰졌는데 중간단계인 2차 병원의 역할을 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와 만난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예방의학과)은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도드라지고 있다. 수십 년간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저변에 깔려있는데 병상 공급이 부족해지니 그 민낯이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의료전달체계 상 3차 기관, 즉 상급종합병원에 자원이 집중되고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각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했지만,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의료서비스 제공 수준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지역사회로 코로나19가 전파되면서 가중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 두고 중증환자를 선별해 음압격리병실을 이용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간지대에 놓인 환자를 돌볼 병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추후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더라도 경증환자를 입소시키는 생활치료센터를 추가하는 것은 사회 각계의 노력으로 해결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경증환자의 증상이 심각해질 경우, 이를 선제적으로 대처할 병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 허리 역할 병원의 부재가 곧 한계, 지역별 균형발전 필요   

    생활치료센터에서 국가지정격리병상을 갖춘 병원으로 전원하기 이전에 환자를 담당할 지역 내 배후병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춘 곳은 전국적으로도 일부 전문병원 몇곳만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내과계, 호흡기 질환을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는 이른바 ‘허리 단계’ 병원 역할론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평상시에는 쏠림현상이 있어도 의료체계 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의료시스템 관점에서 질환 중심 전달체계를 확보해야 하고 지역별 균형적인 의료자원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이다. 

    윤 원장은 “코로나19가 소멸되면 즉각 지역에서도 감염병을 대응할 수 있는 병원의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병상의 규모가 아닌 질환을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체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 내에서 병원 하나가 독립적으로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의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정보가 공유되는 체계가 존재하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추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유기적 체계는 ACO(A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진료기구)를 의미한다. 현재 미국에서 적용되는 체계로 정해진 환자 집단에 대해 각 종별 의료공급자들이 협력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문재인케어로 인한 발생한 재정적 위협을 방어하는 새로운 지불체계로 떠올라 전문가들의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