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물무기방어계획’ 참고해 마스크 비축 등 내용 명시 김우주 교수, “법으로 제정돼야만 시행 가능할 것” 우려 감염내과의 한숨, 종식되면 관심 멀어질 ‘감염병 대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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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를 겪고 감염병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초동대처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대규모 집단감염과 함께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면서 방역의 한계는 그대로 드러났다. 

    지금은 온 사회가 코로나19로 물들어있다.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고 실제로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특별법으로 정해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문제는 실행 여부다. 

    ◆ 감염병 위기대응 특별법 제정 ‘절실’  

    최근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미국의 생물무기방어계획(The Project Bioshield Act)를 참고한 ‘감염병 위기대응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생물무기방어계획은 미국이 지난 2004년 도입한 제도로 생물·생화학 테러에 대비한 백신 개발, 보호장구 비축 등을 중점과제로 설정해 위급 상황 시 안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교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면 감염병 대응책에 대한 얘기는 정치권에서 관심 밖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해둬야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30년간 감염내과에 있으면서 말로만 끝나는 상황을 지켜만 봤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만 다뤄지고 있는데 이는 근시안적인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특별법에 감염병 위기대응을 위한 여러 안건들을 넣고 실행 여부를 강제화하는 조치가 발동돼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금처럼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기에 앞서 정부는 일정 수량을 확보해놓고 필요시 지급하는 방법을 명시하는 것이다. 

    신종 감염병이 창궐하면 마스크 생산업체가 전량을 정부에 공급하고 정부는 업체의 비용을 보전해주고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세부적 내용을 법으로 제정해야만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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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염병 유행 끝나도 지속돼야 할 ‘관심’ 

    그러나 김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향후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입법과정에서 세부적 내용이 담긴 감염병 특별법은 소외될 것이다. 그래서 NGO단체를 만들어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지 등 넋두리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만 감염내과를 찾는 고질적 문제가 담겨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안정적 상황에 직면하면 감염병에 대한 고민은 감염내과에서만 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뿐만 아니라 일선의 감염내과 교수들도 신종플루, 메르스 등을 겪고 반짝 개선방안이 거론되지만 곧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래서 대책이 마련된 후 지속적인 관심으로 의료체계와 사회에 이식되기까지 전방위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엄중식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향후 코로나19 수습 후 어떤 형태의 사후관리가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현 정부에서든, 차기 정부에서든 실질적으로 감염병 대응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이를 시행하는지를 각계에서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이라고 언급했다. 

    감염병 창궐 시에만 강하게 요구되는 감염내과 역할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 해결방안을 실행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태형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 메르스 이후 대책이 나왔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부분이 많다. 향후 법과 제도, 그리고 시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고민이 진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