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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사중재원(이하 중재원)이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에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엔젠시스)' 관련 계약불이행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연제약의 계약상의 권리가 재확인 된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연제약이 지난 2018년 5월 중재원에 신청한 중재 결과가 지난 12일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재원이 낸 판정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이연제약에 제공하지 않았던 VM202(엔젠시스)의 임상·품목허가·상용화 등을 위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VM202의 특허권은 헬릭스미스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연제약이 지난 2018년 5월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중재를 신청한 후 이번에 나온 판정으로 헬릭스미스의 계약 불이행 책임이 확인됐다. 이로써 헬릭스미스가 도의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이연제약 측의 주장이다.
앞서 이연제약과 헬릭스미스는 지난 2004년 1월 체결한 ‘VM202 공동 연구개발 및 상용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계약을 통해 이연제약은 VM202에 대한 국내 판권과 전 세계 원료 독점공급권을 획득한 바 있다. 또한, 이연제약은 VM202의 국내 임상을 헬릭스미스와 함께 수행해 왔다.
중재원은 헬릭스미스가 계약 기간에 보유하고 있는 기술 중 국내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 자료를 이연제약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헬릭스미스는 중재 절차 동안 '이연제약이 임상시험·품목허가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해 헬릭스미스가 이연제약의 위임을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재원은 제출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이연제약이 국내 임상뿐 아니라 해외 임상에 대해 많은 기여를 해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이연제약은 헬릭스미스의 미국 임상에 필요한 임상원료 생산 비용을 부담하고 국내 환자를 포함한 임상 진행 시 임상관리비용의 일부를 분담하기도 했다.
이번 판정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이연제약에게 제공하지 않았던 VM202 임상 3상을 위한 기술 자료들 일체를 제공해야 한다. 이 의무는 계약기간 내내 유지된다.
이로써 이연제약은 지난 2004년부터 진행해온 VM202 국내 임상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연제약은 현재 VM202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중재원은 해당 계약이 VM202의 모든 적응증에 대해 적용된다고 판정했다. 그간 헬릭스미스는 해당 계약이 VM202의 심혈관 적응증에 국한된다고 주장해 왔다.
중재원이 신규 적응증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 등 VM202의 모든 적응증에 대한 이연제약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즉, 헬릭스미스는 이연제약과의 합의 없이 VM202의 신규 적응증에 대해 국내 상용화를 진행할 수 없다.
다만, 중재원은 엔젠시스의 특허 관련해서는 헬릭스미스의 손을 들어줬다. 비용이나 장비 제공 등의 이연제약의 일부 기여가 인정되나 상호 서면 합의가 없었기에 계약서 해석상 엔젠시스의 특허권을 공동 소유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이연제약은 지난 2004년 4월 당시 초기 바이오벤처였던 헬릭스미스(당시 바이로메드)와 VM202에 대해서 국내 독점 생산·판매권과 전 세계 원료의 독점생산권을 포함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해 1월 체결한 VM202 공동연구·상용화 계약에 이어 원료 생산권에 대한 계약을 맺은 것이다.
계약에 따라 이연제약은 국내외 임상 시료 생산 비용 지원, 연구 비용 지원, 3자 배정 및 유상증자 참여 등 신약개발을 위한 지원·투자를 이어갔다.
또한, 이연제약은 지난 2017년 당시 자기자본의 41%에 해당하는 800억원을 투자해 유전자치료제 대량생산 상용화 공장을 충주에 짓기로 결정, 추진했다. 당시 김용수 전 헬릭스미스 대표는 충주공장 기공식에도 참여했었다. 이연제약은 현재 2400억원 규모로 충주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돌연 전임상 연구, 임상 데이터와 해외 공장에서 이뤄진 DNA 원료·완제 생산에 대한 자료 등 VM202의 상용화와 품목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이연제약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이연제약 관계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이연제약은 헬릭스미스와 수 차례 경영진·실무진 협의를 진행했으나 헬릭스미스는 비협조적 태도를 유지했다"며 "이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파트너로서의 협력관계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연제약은 지난 2018년 5월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중재를 신청했다. 이번 판정으로 헬릭스미스의 계약 불이행 책임이 확인되면서 도의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이연제약 측의 주장이다.
유용환 이연제약 대표는 "이번 중재 판정을 통해 헬릭스미스의 책임이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신속한 계약상의 의무 이행을 촉구한다"며 "이번에 중재 판정 결과에서 재확인된 계약상의 권리를 바탕으로 헬릭스미스 측으로부터 품목허가에 필요한 기술 자료 등을 제공받아 현재 이연제약에서 진행 중인 VM202의 국내 임상 3상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