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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와 이연제약이 지난 2018년부터 이어진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엔젠시스)'를 둘러싼 권리 다툼이 일단락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이하 중재원)이 최근 헬릭스미스와 이연제약이 다퉈온 VM202 계약 관련 갈등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앞서 이연제약과 헬릭스미스는 지난 2004년 1월 체결한 ‘VM202 공동 연구개발 및 상용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 해 4월에는 이연제약이 헬릭스미스와 VM202에 대해서 국내 독점 생산·판매권과 전 세계 원료의 독점생산권을 포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이연제약은 국내외 임상 시료 생산 비용 지원, 연구 비용 지원, 3자 배정 및 유상증자 참여 등 신약개발을 위한 지원·투자를 이어갔다. 또한, 이연제약은 지난 2017년 자기자본의 800억원을 투자해 유전자치료제 대량생산 상용화 공장을 충주에 짓기로 결정해 2400억원 규모의 충주공장을 건설 중이다. 당시 김용수 전 헬릭스미스 대표는 충주공장 기공식에도 참여했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돌연 전임상 연구, 임상 데이터와 해외 공장에서 이뤄진 DNA 원료·완제 생산에 대한 자료 등 VM202의 상용화와 품목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이연제약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양사의 14년간 이어진 협력 관계가 끊어진 셈이다. 이연제약 관계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이연제약은 헬릭스미스와 수 차례 경영진·실무진 협의를 진행했으나 헬릭스미스는 비협조적 태도를 유지했다"며 "이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파트너로서의 협력관계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연제약은 지난 2018년 5월 중재원을 통한 중재를 신청했다.
양사가 중재원에서 다툰 쟁점은 ▲VM202의 특허권 ▲VM202의 해외원료 독점생산권 ▲전임상·임상 데이터 자료 제공 등이었다. 이 중 특허권과 해외 원료생산권은 헬릭스미스 측이 갖게 됐다.
우선 이연제약이 VM202의 특허 지분 50%를 요구한 것은 기각됐다. 비용이나 장비 제공 등의 이연제약의 일부 기여가 인정되나 상호 서면 합의가 없었기에 계약서 해석상 엔젠시스의 특허권을 공동 소유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재원은 이연제약이 중점을 뒀던 해외 원료 독점생산권에 대해서도 사실상 헬릭스미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헬릭스미스가 미국 자회사 제노피스를 통한 미국내 원료 생산·판매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요구를 기각한 것이다. VM202의 원료를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할 독점적 실시권과 해외 원료공급 계약 체결 권리도 기각됐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이연제약으로부터 VM202 임상시료의 안정적 생산·공급이 불가능해져 어쩔 수 없이 미국 샌디에고의 생산시설을 인수해 제노피스를 설립해 약물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승신 헬릭스미스 사장은 "이번 중재원의 판정은 헬릭스미스로 하여금 글로벌 CMO(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을 시작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헬릭스미스의 주장에 대해 이연제약 측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헬릭스미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VM202 임상시료의 안정적 생산이 어렵게 됐다는 것.
이연제약 관계자는 "헬릭스미스는 돌연 VM202 관련 자료를 이연제약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해외에서 VM202 임상시료 생산을 하기 힘들었던 것"이라며 "이 같은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결과만을 들이대는 헬릭스미스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중재원은 헬릭스미스가 이연제약에 임상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인용했다. 헬릭스미스가 이연제약에 VM202의 국내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한 것이다.
이연제약은 지난 2004년부터 헬릭스미스와 VM202 국내 임상을 진행해 왔다. 이번 판정으로 이연제약은 현재 진행 중인 VM202의 국내 임상 3상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재원은 해당 계약이 VM202의 모든 적응증에 대해 적용된다고 판정했다. 그간 헬릭스미스는 해당 계약이 VM202의 심혈관 적응증에 국한된다고 주장해 왔다.
중재원이 신규 적응증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 등 VM202의 모든 적응증에 대한 이연제약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즉, 헬릭스미스는 이연제약과의 합의 없이 VM202의 신규 적응증에 대해 국내 상용화를 진행할 수 없다.
이연제약 관계자는 "(이번 판정으로) 헬릭스미스의 계약 불이행 책임이 확인되면서 도의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헬릭스미스는 신속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