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4091억달러, 변동성 커지면 급격한 유출 가능성주요국 달러 쟁겨놓기 혈안, 외국인자금 유출 지속시 외환시장 부담2008 금융위기 극복한 한미통화스와프 시급 친중·반일 외교여건 걸림돌 우려
  • ▲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3원 오른 1,257.0원로 개장했다.ⓒ연합뉴스
    ▲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3원 오른 1,257.0원로 개장했다.ⓒ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팔자 행렬로 18거래일만에 12조4330억원이 빠졌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급등세로 1250원을 넘어섰다.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가 여전히 흑자라는 점을 들며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주요국이 달러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이어서 더욱 적극적인 외환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환보유액 4091억달러, 두 배로 늘려야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 달러로 전달대비 4억8000억달러가 감소했다. 올해부터 꾸준히 지속된 달러 강세 영향 탓이다.

    외환보유현황을 보면 유가증권이 3712억2000만달러로 90.7%를 차지했고 예치금 271억달러(6.6%), 금 47.9억달러(0.8%)를 보유중이다.

    한국은행은 "우리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에 이르며 IMF가 권고하는 기준보다 400억달러 이상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제결제은행(BIS)가 권고하는 기준은 이보다 높다.

    BIS 기준에 따르면 유동외채나 경상지급액(3개월), 외국인 상장 증권자금 등을 고려해 최소 6000억달러에서 많게는 8000억달러를 보유해야 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현재 단기외채 비율은 34%쯤인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어 위험하다"며 "아르헨티나는 IMF 권고를 따랐다가 국가부도를 맞는 등 외환보유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외환보유고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1조6000억 달러의 25%로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때 대만이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는데 대만은 GDP의 80%쯤을 외환보유고로 비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연합뉴스
    ▲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연합뉴스
    불확실한 글로벌금융, 전세계 달러 쟁여두기 혈안

    2월말기준 국내은행 외화LCR 비율은 128.3%(잠정)로 규제비율 8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외화LCR은 30일간 순외화유출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뜻하며 금융사의 외환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글로벌금융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외환건전성은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 유동성 확보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신흥군 전반에 걸쳐 외국인 자금 유출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식·외환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중"이라고 말했다.

    전세계가 달러 확보에 매달리면 외환시장은 크게 뒤틀릴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들이 비상시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외화자산을 추가로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얼어붙고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감소하기 시작하면 수출을 주력으로 삼는 한국경제의 타격은 심각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3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졌지만 부채도 2조달러에 달한다"며 "중국정부는 50조위안의 돈을 풀어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이 쓸수 있는 외화는 얼마 안된다"고 지적했다.

    2008 금융위기 극복한 한미통화스와프 서둘러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1%p 인하하는 파격조치를 단행하면서 통화스와프 금리 안하라는 긴급 처방도 함께 내놨다.

    통화스와프는 국가간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화폐를 교환하는 외환거래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선 큰 효과를 발휘한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정부는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어 위기 극복의 교두보로 삼았다.

    하지만 한국은 2010년 2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이후 아직 재협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나라는 EU,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 5개국이다.
  • ▲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연합뉴스
    한국은 총 1332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상황은 열악하다.

    때문에 한국 외환당국도 미국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해졌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지난 16일 임시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환건전성이 낮아질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상당히 훌륭하고 유용한 대안으로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울 안전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이미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데다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일본과의 7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유지하다 2015년 2월 계약이 종료됐다.

    특히 한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중 가장 규모가 큰곳은 중국(560억달러)인데 미중 무역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한국정부 입장에선 그리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미 연준은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만 유지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18일 청와대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경제주체 원탁회의에서 "우리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는 넘고 있지만 언제 또 외환위기가 올지 모른다"며 "통화스와프를 좀더 확대해 주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건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