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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는 내부에서 일고 있는 집행부 사퇴 압박을 모면하기 위해 파업 참여자들에 대한 임금 보전과 교섭대표 퇴진이라는 카드를 꺼내며 시간 끌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르노삼성 노조는 6개월째 이어지는 ‘2019 임금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며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제 18차 본교섭도 결렬됐다.
사측은 일시금 850만원과 고정수당 10만원 신설 등 기본급 동결 대신 일시금 보상을 제시하며 협상을 이어왔다. 르노그룹 내 최고 수준의 시간당 인건비를 고려해 고정급 대신 일시금으로 임금을 보전해주려는 마지막 배려였다.
반면 노조 측은 직무수당 인상, 생산영업직군 통합, 교섭대표 동반퇴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추가로 고과제도 폐지 요구를 비롯해 400시간 넘게 진행됐던 파업에 대한 임금보전을 목적으로 추가 재원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인사권은 회사 고유의 권한으로, 노조가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무노동 무임금도 법에서 정한 원칙으로, 30% 수준에 불과했던 파업 참가자를 위해 열심히 일한 70%의 노조원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는 사실상 파업 참여자들이 받지 못하는 돈을 회사가 보전 또는 파업 미참여자들이 고통분담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파업 참여자들은 노조 집행부가 시켜서 동참했을 뿐인데, 이제 와서 자신들만 임금손실을 보게 될 것을 우려해 노조 집행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조 집행부도 이 문제 해결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장들의 셧다운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르노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프랑스를 비롯해 글로벌 공장들의 가동중단이 늘어나면서 비상경영 사태를 맞고 있다. 신규 채용 중단과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르노삼성도 현금 확보가 중요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다.
여기에 추가로 노조 집행부는 지난 26일 회사 교섭대표가 사퇴하면 노조 집행부도 사퇴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노조원들에게 보냈다. 노사갈등 및 교섭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노사 교섭대표가 사퇴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물귀신 작전으로, 협상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교섭대표가 새롭게 구성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결국 사측의 부담만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일고 있는 노조 집행부 사퇴 압박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진다.
코로나19로 르노삼성을 비롯한 자동차업계, 국내 산업계 모두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이를 외면하고 막무가내 요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 집행부는 대다수 노조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공멸이 아닌 공생을 선택해야 할 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