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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석유화학업계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고, SK종합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경쟁력 제고는커녕 '신용등급 줄강등'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미경 나이스신평 실장은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로 실적 개선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태양광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 부담이 존재한다"며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제한적 실적 개선과 투자 부담 등으로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높은 수준의 차입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8년 하반기부터 미국 ECC(에탄분해시설) 증설에 따른 에틸렌 계열 제품의 역내 공급 증가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화학제품 수요 감소 등으로 핵심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됐다. 이는 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별도 기준 매출액 3조4493억원, 영업이익 1339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3.7% 감소한 매출액의 경우 2015년부터 이어진 성장세가 꺾였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1% 급감하면서 3년 연속 수익성이 저하됐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5년 0.85% 이후 가장 낮은 3.88%에 그쳤으며 순이익의 경우 2001년(-1634억원) 이후 18년 만에 마이너스(-668억원)를 기록했다.
재무부담도 가중됐다. 연결 기준 지난해 △유동비율 91.2% △차입금의존도 97.4% △부채비율 170% △이자보상배율 1.67 등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가 모두 경쟁사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을 비롯한 ▲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한화토탈 ▲금호석유화학 등 석유6사의 평균 재무안정성 지표는 유동비율의 경우 141%이며 차입금의존도 43.0%, 부채비율 85.1%, 이자보상배율 4.93 등이다.
한화솔루션은 차입 부담 완화를 위해 보유자산 유동화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 작업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한화솔루션이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는 석유화학, 태양광 부문의 경우 산업 내 경쟁 강도를 감안할 때 생산능력과 기술력 등 경쟁지위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한화솔루션 역시 해당 부문에 대한 설비보수 및 신규시설 투자 등을 위해 중단기적으로 연간 약 1조원 안팎의 투자자금 소요를 계획하고 있다.
송미경 실장은 "석유화학·태양광 등 핵심 사업의 수익성 변동 여부, 핵심 사업 관련 투자 규모, 차입금 규모의 변동,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진행 경과와 재무안정성의 개선 정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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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신용등급 전망 조정이 석유화학6사의 '신용등급 줄강등'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장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생산라인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정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공장 파라자일렌(PX) 공정의 경우 이미 가동률을 하향 조정 중이다. 중국의 PTA, PX설비 대규모 증설 등에 따른 업황 불황과 코로나19, 대산공장 폭발사고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 측은 "PTA 수익성 악화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효율화를 하는 차원"이라며 "희망퇴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PTA 가동 중단과 PX 가동률 하향에 따라 해당 공정에서 근무하는 일부 인력은 여수·대산 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여수공장과 대산공장에서는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증설, GS에너지와 합작한 롯데GS화학 공장 설립, 중질유·나프타분해시설(HPC) 등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앞서 SK종합화학은 SK 울산 콤플렉스 내 나프타분해공정(NCC)을 12월부터, 합성고무제조공정(EPDM)은 상반기 내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NCC 공장의 경우 대한석유공사 시절인 1972년 국내 최초로 상업 가동을 시작한 시설로, 이번 중단으로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1호 설비가 4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가 하락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져 마진이 개선했으나,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현재는 제품이 팔리지 않고 쌓이면서 유가 하락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정유업계에 이어 석유화학업계도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업계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석유화학6개사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모두 전년대비 저하됐다.
부채가 35조원에서 40조원으로 4조7623억원 증가(13.3%)한 반면 자본총액은 47조원대를 유지(+0.15%)하면서 부채비율이 9.91%p 높아졌다. 차입금(20조원)이 17.2% 늘어나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6.27%p 악화됐다.
영업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외부자금 유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이자 부담도 커졌다. 같은 기간 6개사의 영업이익은 6조8321억원에서 3조6742억원으로 46.2% 급감했다. 이에 반해 이자비용은 5670억원에서 7449억원으로 31.3% 증가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2.0에서 4.93으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LG화학의 재무건전성 저하가 두드러졌다. 한화솔루션이 재무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반면 LG화학은 전년대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LG화학의 전년대비 유동비율 변동률은 -33.4%p로, 6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으며 평균 -9.84%p를 크게 하회했다.
차입금의존도 변동률 15.2%p와 부채비율 변동률 28.6%p 역시 6개사 중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의 경우 12.29604p 낮아지면서 한화토탈(-12.29607p)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감소 폭을 보였다.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자체 분석 결과 업황 하락기에 실적민감도가 매우 높거나 투자 및 배당 등에서 확장적 재무정책을 유지하는 업체들의 경우 재무 위험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급 전망을 고려할 때 석유화학업체들의 급격한 실적 저하를 배제할 수 없어 업계 전반의 신용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실적 및 재무안정성 저하 등으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높은 경우 우선적으로 신용도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