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터 브랜드 전략까지 '다 바꿔'OEM 비중 절반 넘기고 'G·V' 시대 끝내이연모 부사장 취임 동시에 스마트폰 '쇄신''코로나19' 위기 속 발빠른 전략 수정 '눈길'... 5월 벨벳 성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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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수장을 교체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조용하지만 강단 있는 결단과 추진력을 겸비한 이연모 부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다음달 출시되는 'LG벨벳'은 이 부사장이 주도한 과감한 시도가 제대로 평가받는 첫 작품이 될 전망이다.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새로 출시할 스마트폰 'LG벨벳(Velvet)'의 랜더링과 디자인 영상을 공개하며 공식 출시에 앞서 주목을 끌었다.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LG벨벳의 '물방울 카메라'와 '3D 아크 디자인' 등을 중심으로 제품 사전 홍보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이번 스마트폰 벨벳은 LG전자가 지난 2013년부터 7년 넘게 이어온 '브랜드'를 버리고 새롭게 택한 이름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상반기 'G'시리즈와 하반기 'V'시리즈를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출시했던 LG전자가 20분기 연속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정체성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여기에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이 아닌 '매스 프리미엄(Mass Premium)'이라 칭하는 새로운 중저가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정확한 포지셔닝으로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스 프리미엄은 프리미엄과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의 중간에서 이 두 타깃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실리를 취할 최적의 전략으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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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동안의 LG 스마트폰 정체성을 완전히 뒤바꾼 신제품 출시에는 새로운 스마트폰 사업본부장인 이연모 부사장의 승부수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를 맡게 됐고 그 특유의 조용하지만 과감한 개혁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LG벨벳 출시를 결정하기 앞서 이 부사장은 LG 스마트폰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생산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생산 개혁에 먼저 손을 댔다. 기존에 경기도 평택에 있는 공장에서 주로 생산되던 LG 스마트폰은 베트남 공장을 중심으로 OEM업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구조를 갖췄다.국내와 해외시장에 각기 다른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하는 전략도 이 부사장이 새로 도입한 것 중 하나다. 그 간 LG폰이 미국과 북미 등 주력 시장에선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지켜왔지만 성장세가 큰 인도와 동남아 시장 등에서는 중국폰에 밀려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대신 국내에서는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어 출시 전략 이원화가 필요했다. 그 결과 이번 벨벳 출시에 앞서 해외 전용폰 'V60'를 처음 선보이게 됐다.올해 첫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19'에도 이 부사장은 발빠른 결정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상반기 신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인 'MWC 2020'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참가업체로선 가장 먼저 '불참'을 결정해 다른 제조사들보다 빨리 대안책을 찾아나설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후 LG전자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해 출시 지역별 소규모 출시행사를 진행하고 온라인 판매망을 확충해 위기를 넘겼다. 이 같은 의사결정에 이 부사장이 빠른 결단력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신제품 LG벨벳은 지금까지 LG스마트폰의 변화를 이끈 이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평가 무대에 서는 자리를 마련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무리한 플래그십 모델 출시에서 방향을 바꿔 디자인과 새로운 네이밍을 앞세워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분위기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결국 벨벳폰이 이 부사장의 스마트폰 사업 전략의 주요 방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벨벳과 이 부사장이 명운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