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약 비중 높은 종근당·동아에스티 '호실적'유한양행, 1분기 실적 위축 vs 녹십자, 기저효과로 실적 개선대웅제약, 라니티딘 사태에 코로나19까지 겹악재… 소송비 증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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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제약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은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악재 속에서도 처방액은 오히려 소폭 상승한 덕이다.

    23일 증권가에서는 상위제약사의 1분기 실적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대부분 굳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 7개사의 올해 1분기 합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1조 6553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상위제약사 7개사의 영업이익도 761억원에서 1023억원으로 34.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처방약 시장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소폭 상승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의 원외처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 규모는 3조 7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 만성질환약 비중 높은 종근당·동아에스티 '호실적'

    특히 전문의약품(ETC) 품목 중 만성질환 의약품의 비중이 높은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는 처방 측면에서 코로나19 여파를 사실상 비껴갔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중에서도 만성질환 관련 의약품은 필수재 성격이 강하다"며 "병원에 덜 가더라도 그 만큼 더 많은 약을 한번에 처방 받아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종근당과 동아에스티는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호실적이 예상된다.

    종근당은 비만 치료제 '큐시미아',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젯',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피임약 '머쉬론' 등 도입 품목들이 지속 성장해 매출에 기여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ETC 부문에서 만성질환 의약품 비중이 높다는 점도 코로나19 여파를 비껴간 요인이다.

    반면, 마케팅 비용은 감소하고 R&D비용도 전년 동기에 비해 8% 증가 수준일 것으로 예측돼 1분기 실적은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최석원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의) 영업 사원들의 영업 활동이 제한됨에 따른 변동비 감소와 더불어 R&D에 대한 집행 역시 일부 이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는 ETC 제품이 주로 만성질환 위주라 코로나 19 영향이 미미했다. 코로나19로 심포지엄을 열지 못하는 등 영업활동이 제한되면서 판매관리비가 절감됐다.

    단, 동아에스티는 판매금지 품목에 대한 선처방을 실시한 점도 1분기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영업정지를 받은 품목에 대한 재고물량 밀어내기도 있다"며 "1분기 실적은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나 2분기에는 역성장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ETC 품목의 처방이 늘었지만, 북경한미의 영향으로 1분기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진 않다.

    한미약품은 만성질환 ETC 품목에 대한 처방액이 지난 2~3월에 증가했다. 한미약품의 고지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의 1분기 처방액은 각각 228억원, 204억원으로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 5.1% 늘었다. 같은 기간 역류성식도염 치료 개량신약 '에소메졸'은 104억원으로 39.3% 급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를 고스란히 맞은 북경한미의 실적 둔화 영향으로 한미약품의 1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DB금융투자는 북경한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이 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유한양행, 1분기 실적 위축 vs 녹십자, 기저효과로 실적 대폭 개선

    제약업계 매출 1·2위인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GC녹십자는 기저 효과로 상당한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유한양행의 1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요 의약품 특허 만료의 영향이 이어진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활동이 위축된 탓이다.

    1분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있었지만 2분기부터는 얀센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의 마일스톤으로 인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레이저티닙 마일스톤으로 3500만 달러(약 432억원)을 수령했다고 전했다. 얀센의 레이저티닙 마일스톤 중 70%를 2분기, 나머지를 3~4분기에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레이저티닙의 단독 임상 2상 결과와 병용 임상 1b상(후기 임상 1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 중 단독 임상 2상 데이터는 올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조건부 승인 신청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GC녹십자의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기저효과까지 겹쳐 상당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그룹은 GC녹십자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한 3163억원, 영업이익은 474% 증가한 79억원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2월 약 80억원, 지난달 40억원 규모의 백신 수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외로 수출된 독감과 수두백신인 제조백신이 전년 대비 약 800% 증가했다"며 "GC녹십자는 올해부터 확실한 실적 턴어라운드에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까지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웅제약은 라니티딘 사태의 영향으로 '알비스' 판매 중단의 영향이 여전한데다 코로나19 여파로 ETC 부문의 실적도 부진할 전망이다. 여기에 메디톡스와의 소송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의 1분기 소송비용은 약 130억원가량 소요됐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지난해 4분기 나보타 소송비용 68억원에 비해 소송비가 약 2배가량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마케팅·영업 비용 감소로 지난 4분기와 유사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