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논란 없게 할 것... 자녀 승계도 안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직접 '대(對) 국민 사과문' 발표에 나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준비된 대국민 사과문을 10분 가량 직접 발표하며 두 차례나 앞으로 나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현안을 가장 먼저 꺼내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이 부회장은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히 말하겠다"고 첫 마디를 떼며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았고 많은 논란이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현 상황을 우선 설명했다.

이어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편법이나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일을 만들지 않고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전념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더해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게도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해 주목받았다.

이 부회장은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다"고 운을 뗀 후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생각들을) 마음 속으로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는 밝히지 않았다"며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고 제 자신이 평가받기 전에 승계를 논하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라는 소회를 털어놨다.

그의 말처럼 이 부회장이 후계 경영구도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인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서 더 나아가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를 사전 차단하는 발언으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에도 선을 분명히 긋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한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는 비전을 밝히는데도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이건희)회장님이 쓰러진 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아직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깨달음이 적지 않았고 도전에 대한 의지도 갖게 됐다"고 말 문을 열었다.

더불어 혁신과 기술력을 키워 신사업에 도전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인재들을 등용해 자신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 달라 위기가 항상 곁에 있고 미래 예측이 어렵다"면서 "제가 가진 이런 절박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모시는 것 또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