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국민 앞에 직접 사과파격 선언으로 '진정성' 담아'뉴삼성' 위한 새 비전 제시에 관심 집중기업의 사회적 책임·사업보국 방안 나올듯
  • ▲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새로운 삼성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이제는 준법성과 사회적 책임에 방점을 두고 이재용 식(式) 신경영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에서 대(對) 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 이번 자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데 따른 조치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선언으로 진정성 있는 발표로 평가되고 있다.

    ◇ 반성·사과에 상당 시간 할애..."자녀에 경영권 승계 안한다" 파격선언으로 진정성 확보

    이 부회장은 10분 간 진행된 사과문 발표에서 반성의 자세를 보이는 데 무엇보다 주력했다. 사과문 발표 중 자신의 경영권 승계 관련 문제에 대한 사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동시에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파격 선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단언한 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는 진솔한 속마음을 전해 사과에 진정성을 더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두고 삼성에선 언급을 자제하길 권하기도 했지만 이 부회장의 굳은 의지가 반영돼 이 자리에서 밝혀졌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파격 선언은 노사 문제에서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직접 "앞으로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삼성의 쇄신작업에 쐐기를 박는 선언도 서슴지 않았다.
  • ▲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나서 사과인사를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나서 사과인사를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 부회장이 직접 밝힌 '뉴삼성' 비전에 주목...강도높은 쇄신·실행력 담보

    하지만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문 발표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달라지게 될 삼성의 새로운 면모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2017년 이 부회장은 특검 수사 종료와 함께 '5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한 차례 대대적인 개혁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추진한 5대 쇄신안에는 삼성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해체 등 강력한 방안이 포함됐다. 이때만 해도 이 부회장이 이번처럼 직접 나서 미래 삼성의 쇄신 방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이 부회장의 기자회견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국민들 앞에 사과하는 동시에 새로운 삼성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강도높은 쇄신과 실행력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단순히 '글로벌 일류' 기업의 자리에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 차원 더 높이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꾼다고 말했다. 우선 사업적으로는 기존에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개발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동시에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과의 치열한 액정표시장치(LCD)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로 사업 중심을 과감히 옮기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 향후 5년 간 13조 1000억 원을 투입키로 하며 전자·디스플레이 분야 일류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차세대 디스플레이 대규모 투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디스플레이 외에도 반도체, 인공지능(AI), 5G, 전장부품 등을 미래 4대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133조 원을 쏟아붓는 과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지난 1분기에도 삼성전자 연구개발비는 5조 원을 훌쩍 넘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 최우선에...'사업보국' 이어갈 추가 쇄신안에 기대감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서 이 부회장이 이보다 더 강조했던 사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고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라는 표현으로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선대회장들의 '사업보국' 정신을 이어받아 기업가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것이 결국 삼성을 삼성답게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이를 위해 삼성의 준법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데 방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우선 얼마 전 운영을 시작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준법을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표현한 이 부회장이 차후 관련된 제도를 어떤 식으로 마련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세계 경기 속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를 맞는 삼성과 문재인 정부가 이전보다 활발한 협력을 펼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서도 삼성이 고용창출에 적극 앞서고 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신공장 가동에 따른 신규 인력 양성과 인재 발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이 같은 방식의 공조가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