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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기술반환 되면서 R&D부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상진행은 순조로웠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술력을 낮춰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기술수출 했던 사노피로부터 권리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받았다. 양사는 계약에 따라 120일간의 협의 후 이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로 밝혔다며 필요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이대로 중단?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따라서 이번 기술반환에 따라 플랫폼 기술력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투여 횟수·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존에 매일 맞던 주사제의 투약 주기를 주 1회로 늘리면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 기술권리 반환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같은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또 다른 바이오신약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경우 현재 국내와 미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역시 한미약품이 개발해 2012년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신약으로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경구용 GLP-1 유사체 '리벨서스'의 등장
지난해 미국서 허가받은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의 영향도 이번 기술반환 원인에서 무시할 수 없다.
기존에 GLP-1(글루카곤유사펩티드-1) 계열의 당뇨치료제는 모두 주사제로, 먹는 경구용 치료제가 허가받은 것은 리벨서스가 처음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주사 횟수를 줄인데 반해 경구용 치료제는 편의성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경쟁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리벨서스의 허가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치평가는 어느 정도 절하된 상태라고 분석한 바 있다.
사노피도 후속 치료제들이 개발되는 상황에서 대표 제품인 '란투스(성분 인슐린글라진)'의 특허만료 이후 뚜렷한 자사 제품을 개발하지 못함에 따라 파이프라인의 대거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선임된 폴 허드슨(Paul Hudson) 사노피 CEO는 R&D 전략을 항암, 면역질환, 희귀 질환 위주로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에페글레나타이드만은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남겨뒀었다.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만 총 5개 과제를 진행했고, 모든 임상 과제를 오는 2021년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글로벌 신약 가능성 이대로 좌초 되나
따라서 아직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진행 여부와 데이터 분석 등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사노피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으며 판매 파트너까지 물색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직은 사노피가 어떤 이유에서 권리를 반환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으며, 한미약품 또한 법적소송을 언급했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
또한 사노피가 그간 파이프라인의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배경이 존재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으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입장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일이 한미약품의 R&D 기술력을 저평가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