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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통상임금 합의가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주 3일에 걸쳐 진행한 임금제도 의견일치안 노조 찬반투표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되면서다.
이번 부결로 현대제철의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노조가 더 강력한 안을 가지고 사측과 통상임금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임단협을 앞둔 시점에서 통상임금까지 겹치며, 노조와의 갈등이 올 한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려는 현대제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지난 12일~14일 5지회 임금제도 개선위원회 의견일치안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재적 조합원 7824명 가운데 7276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는 찬성률이 24.57%에 그치며 부결됐다. 반대표(5725표) 득표율은 75.25%에 달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5지회 공동 임개위 교섭단은 최선을 다해 의견일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들의 질타와 참된 의견을 소중히 새겨 이번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향후 더 강력한 투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제철 임개위는 ▲상여금 800% 통상임금 반영 ▲통상시급 47.5% 인상 ▲불합리한 OT제재 금지 ▲소정근로시간 변경 등을 골자로 한 의견일치안을 도출했다.
임개위는 그룹사내 최고 수준의 의견일치안이라 평가했지만, 찬반투표가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노조는 이번 통상임금 타결 시 조합원들의 월 임금 상승을 6만3085원으로 추정했다. 평균 연장근로 24시간 기준으로는 월 17만4510원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경우 현대제철 월 인건비는 대략 13억6500만원 정도 증가한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63억8400만원이 인건비로만 더 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결되면서, 현대제철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노조와의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노조 역시 이번 성명서에서 "2020년 임단협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험난한 협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1분기 매출액은 4조6680억원, 영업손실은 29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154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확대에 따른 수요 부진과 중국 지역 등 해외 종속법인의 영업 회복 지연에 따른 결과다.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려는 현대제철에게 노조와의 갈등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내에서도 이번 찬반투표가 가결되길 바라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어찌됐던 한번은 털고 가야 하는 통상임금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좋지 않다"며 "통상임금을 마무리짓지 못한 상황에서 임단협까지 나서야 하는 현대제철로선 대외적으론 코로나 여파를 극복하고 내부적으론 노조와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이중고에 놓였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상여금 750%를 지급하던 임금체계를 통상임금 600%를 주는 방안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올해 1월1일부터 본 임금체계를 적용 중에 있다.
기아차 또한 상여금 750%를 통상임금 600%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아차는 이 안을 지난 1월 17일 진행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가결한 바 있다.
현대위아는 올해 3월 17일 조합원 투표를 열고 노사가 합의한 '통상임금 소송 관련 노사 공동 제시안'을 찬성 54.02%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미래 임금체계 또한 기존 상여금 750%에서 기본급 600%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