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성장률 전망 무용지물글로벌 컨설팅사 리포트 발표때 마다 부정전망LCC 구조조정·항공사 M&A 차질 불가피여행트렌드 급변… 중장기 변화 대비해야
  • ▲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 정상윤 기자
    ▲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 정상윤 기자

    코로나19 발생이 6개월째를 넘어가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항공시장의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시간이 갈수록 부정전망만 가득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은 항공업 전망을 바꿔 내놓기 시작했다. 앞서 예상했던 시장성장률이 큰 폭으로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발병 이전 세계 항공 시장은 2035년까지 매년 4.7% 성장이 전망됐다.

    국내 항공사 사정도 마찬가지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업계에 정통한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세계 항공 수요회복 예측이 점점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연말이면 90%가량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은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대신 해외 주요 컨설팅사들은 글로벌 수요가 연말쯤 50%대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점친다. 하지만 매달 리포트 발간 때마다 예상 퍼센트를 낮추고 있다.

    ‘V자 회복’ 대신 긴 불황인 ‘U자 회복’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허 교수는 “항공업은 사업 특성상 현금 흐름이 중요하다. 좌석 판매 금액을 리스료와 시설비로 그때그때 지출하기 때문”이라며 “대형항공사(FSC) 월 고정비는 수천억대로 정부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2조9000억원으로는 상반기밖에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주, 유럽 등 대형사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거리 국가는 코로나19가 전파 단계에 있어 종식 시점 예측이 어렵다”며 “저비용항공사(LCC) 돌파구로 여겨지는 제주 노선은 시장 내 비중이 10% 미만으로 완벽한 대체 수익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 세워진 항공기들 ⓒ 연합뉴스
    ▲ 세워진 항공기들 ⓒ 연합뉴스

    현재 진행 중인 항공사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그간 예측에 그쳤던 ‘딜 무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LCC 업계에는 사업 철수와 파산 공포가 드리워졌다.

    허 교수는 “아시아나 등 현재 진행 중인 항공업 M&A에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사태 장기화로 회복 시점이 불투명해 인수 측 고민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LCC의 경우 파산과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현존하는 LCC의 절반정도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는 1차 쇼크, 종식 후 여행심리 위축과 더딘 수요 회복은 2차 쇼크”라고 설명했다.

    항공사 파산 우려는 수개월 전부터 제기됐다. 항공컨설팅 전문사 CAPA는 각국 정부 지원이 없을 시 세계 항공사 대부분이 이달 내 파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예측대로 이달 들어 태국 국적사 타이항공, 남미 제2항공사 아비앙카가 파산에 들어갔다.

  • ▲ 허희영 교수 ⓒ 정상윤 기자
    ▲ 허희영 교수 ⓒ 정상윤 기자

    정부 지원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 등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해외와 비교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항공업이 국가경제 기반이 되는 ‘기간산업’인 만큼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허 교수는 “미국 등 해외는 한국과 달리 수십조 규모 지원금으로 항공업을 먼저 챙겼다”면서 “상황이 크게 악화된 현재까지도 산업은행, 기획재정부 등 한국 금융당국은 지원금 집행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사·면세점 등 입주사 매출이 ‘제로’인 상황에서 공항 공기업 인천·한국공항공사의 고통분담 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며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조건 없이 임대료를 할인하는 등 업계 부담을 줄여줬지만 두 공항공사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대형항공사 두 곳에 2조9000억원을 지원한다. LCC 지원금은 지난 2월 발표한 3000억원이 전부다. 이 중 1000억원 가량은 아직도 집행되지 못했다. 상환능력 심사 등 지급 기준이 무척 까다로워서다.

    최근에는 업계의 추가지원 요청으로 40조 규모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편성했다. 대형 항공·해운사를 우선 지원하며 차입금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다수 LCC는 지원 조건에 미달돼 논란이 한창이다.

    허 교수는 “개개인의 코로나19 피해 여부도 따지지 않은 채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나눠주기보다 파급효과가 큰 기간산업을 살리는 게 먼저였어야 한다”며 “기내식, 조업사 등 수많은 항공 연관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생계 지원에 고용 유지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 ▲ 텅 빈 공항 ⓒ 연합뉴스
    ▲ 텅 빈 공항 ⓒ 연합뉴스

    여행·항공업 트랜드 변화에 대한 전망도 이어졌다. 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저가 단체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패턴 변화로 그간 ‘운임 할인’에 집중했던 국내 항공업계도 전략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허 교수는 “이후 국내 항공시장은 각 업체를 단순히 FSC, LCC로 나누는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며 “가격 위주의 구분보다 좌석 간 여유 거리, 스케줄의 편리함, 맞춤형 기내식 등 서비스 차별화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는 코로나19 이후 나타날 저가 관광 기피 현상에 따른 것”이라며 “에어택시 등 승객 니즈를 반영한 이색 서비스가 해외에선 이미 대세다. 소비력 있는 승객들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파악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