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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전세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전세가격이 요동치고 있어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입주물량 감소와 청약 대기수요 증가,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기조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올 하반기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전주(0.04%)보다 상승폭을 키우며 5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0.04%에서 올해 1월 0.50%, 2월 1.10%, 3월 1.57%, 4월 1.81%, 5월 1.97% 등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12·16대책에 따른 매매수요 위축과 금리인하,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학군 및 교통여건이 양호하거나 이주수요 영향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의 원인은 불안정한 시장에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우한폐렴)로 인한 경기불황의 여파로 집값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되자 매매 대신 전세 재계약을 선택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전세로는 수입을 얻기 힘든 집주인과 임대인들이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면서 공급을 줄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입주물량이 하반기부터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이달부터 올해 12월까지 입주예정 물량은 2만5243가구로, 올해 전체 입주물량(4만7073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입주예정 물량은 1만3840가구로 준다. 내년 하반기(7월~12월)는 더 적은 1만1181가구다.
이에 정부는 주택 임대시장 안정을 목표로 최근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이번 21대 국회 안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매매시장 약세, 시세차익을 노리는 청약대기 수요, 전세의 월세 전환 등 당분간 전셋값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지난주 0.11% 상승에서 0.01%p 오른 0.12% 상승했다.
지방도 같은 기간 0.04%에서 0.06%로 0.02%p 올랐다. 특히 세종은 지난주 0.02% 상승에서 0.18% 상승으로 대폭 늘었다. 경북(-0.03%), 제주(-0.01%), 전북(-0.01%) 만이 하락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