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폐기법안 재계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 발의…기업 옥죄기 본격화전문 파업꾼 노조 간부직 꿰차고 총파업 선동할 수도… 혼란 가중될 것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 요구 모두 묵살… 경영자 대항권 보장 전무해
  • ▲ 정부가 해고자나 실업자 등 회사와 무관한 사람도 조합원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한 노조의 총파업 투쟁 현장.ⓒ뉴데일리 DB
    ▲ 정부가 해고자나 실업자 등 회사와 무관한 사람도 조합원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한 노조의 총파업 투쟁 현장.ⓒ뉴데일리 DB
    정부가 해고자나 실업자도 노동조합(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을 이렇다 할 수정도 하지 않고 다시 21대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정부 개정안은 20대 국회 당시에도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옥죈다는 지적을 받으며 경영계와 야당의 반대에 물러섰지만, 별다른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은채 다시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국회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인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 재가 즉시 발의된다.

    노조법은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 골자다. 또 조합원 중에서 선출할 수 있는 노조 임원을 비조합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다.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고, 복수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단일 창구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전문 파업꾼 노조 위원장 될 수 있어

    노조법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자 인사권에 영향 받지 않는 해고자와 실업자는 기존 노조 간부보다 과격하고 대립적인 노조 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상습적 근무태만, 심각한 조직질서 저해행위로 해고된 사람이 노조에 참여해 분풀이식 노조활동을 부추길 경우 사업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해고자들이 SNS를 이용해 회사에 대한 악의적 여론을 조성하면서 노조의 강경투쟁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와 전혀 관계없는 실업자가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통념상 수용하기 어렵다는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파업이나 집회에 능숙한 사람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여 고의적 강경투쟁을 이끌 가능성도 작지 않다. 게다가 기업은 그런 전문 파업꾼에게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까지 줘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 파업꾼이 노조 위원장 등 임원에 선임될 경우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며 대정부 투쟁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노조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한 의원은 "지금도 노총이 주도하는 대정부 투쟁을 위한 총파업 현상이 심각한데 비조합원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상급단체 노조 임원이 될 경우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청와대
    회사와 근로계약이 없는 사람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사업장을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어 기업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개정안에는 실업자·해고자의 노조활동이 기업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사업자 규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력은 없을 것이라는게 기업 측 입장이다. 회사와 무관한 조합원이 사업장을 출입할 경우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고, 기밀 유출 등 기업에 피해를 입혔을 경우에도 경영권을 보호할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경영계 요구사항 묵살, 세계 최악 노사관계 우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경영계가 오랫동안 요구한 개선내용 대부분을 담지 않았다. 노조가 불법적인 투쟁을 감행해도 경영자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단체들이 요구한 내용은 총 6가지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려준 것이 유일하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청와대
    노조의 투쟁행위에 대처할 수 있는 경영자의 대항권 보완 요구사항 3가지도 모두 개정안에는 빠졌다. 노조가 파업을 감행할 때 대체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과 고용세습 등 위법한 내용을 협약서에 담았을 경우 이를 적극 제재해달라는 것들이다. 또 경영자의 부동노동행위를 과도하게 형사처벌하는 규정하는 것도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노조 파업시 대체금로를 금지하는 것은 주요 선진국에서 한국만 있는 제도다. 미국과 영국, 일본은 전면 허용하고 있고 독일이나 프랑스도 파견근로자에 대한 대체근로만 금지하고 있다.

    사업장 인력만으로 조업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대체인력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무기대등의 원칙에 위배되면서 경영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노조 파업에 적극적 대항수단이 없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조업 손실을 막기 위해 부당한 요구까지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부분 기업이 해외거래선 유지, 납기기한 준수 등의 압박을 받고 있어 노조 요구를 수용하면서 노사분규를 조기에 수습하려는 관행이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국은 노사관계 협력순위가 141개국 중 130위를 기록할 정도로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국가"라며 "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더 과격하고 극단적인 노조 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노사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