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황장치인 스크러버 대신 이중연료 엔진 탑재 25개국 주요 항구 스크러버 선박 입항 금지대세는 LNG추진선… 조선 발주도 늘어날 전망
  • ▲ 옛 현대상선(HMM) 선박에 설치된 스크러버 설비.ⓒHMM
    ▲ 옛 현대상선(HMM) 선박에 설치된 스크러버 설비.ⓒHMM
    해운업계에 LNG(액화천연가스)와 기름을 번갈아 쓸 수 있는 이중연료 엔진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선사들이 저유가와 코로나19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탈황장치인 '스크러버' 대신 LNG추진엔진 탑재로 환경규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6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장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분석 결과, 최근 1년간 LNG엔진을 탑재한 LNG추진선 잔량은 29% 증가한 반면, 스크러버 설치 잔량은 44% 감소했다. 선사들 사이에서 환경규제 대응에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LNG 연료추진선이 각광받고 있다는 증거다. 

    선사들이 LNG추진엔진을 탑재하는 이유는 투자비 회수기간이 길어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가 줄어들어 설비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MO(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선박용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율을 현행 3.5%에서 0.5% 미만으로 낮추는 규제를 실시했다. 이 규제를 지키지 않는 선박은 174개 IMO 회원국의 항구 입항이 불허된다. 현재 선박용 연료유로 주로 사용되는 벙커 연료의 경우 평균 황함량이 2.5% 수준이다.

    해운업계는 'IMO 2020' 준수를 위해 친환경 선박이 아닌 이상 선박에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오염원 배출이 많은 벙커C유 대신 황함량이 0.5% 미만인 초저유황유를 연료유로 사용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LNG 등을 선박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당초 규제 시행 초기에는 많은 선박들이 스크러버를 설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LNG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중연료 엔진 탑재는 스크러버 장착 없이도 강화된 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스크러버 설치에 대한 회의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현재까지 25개 주요 국가 항구들이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에 대해 입항 금지를 결정한 상태다. 국제친환경 교통위원회도 개방형 스크러버를 모두 폐쇄형으로 개조할 것을 선주와 해운 관계자들에게 촉구했다.

    노르웨이에서는 모든 타입의 스크러버 입항과 가동이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올해부터 개방형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은 입항이 금지된다. 스크러버를 탑재한 선박들이 갈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이미 선주들은 스크러버 주문을 더 이상 늘리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선박 연료 시장은 지난 2~3년간 세 가지 방안에 대해 여러 주장이 있어왔지만 결국 LNG로 굳혀지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LNG추진선 수주가 늘어나고 관련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스크러버가 설치된 5척의 선박 중 4척이 가격이 낮은 개방형 타입인 만큼, 폐쇄형으로 개조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도 카타르발 대규모 LNG선 수주에 이어 LNG추진선 일감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 쉘이 LNG 이중연료 추진 원유운반선(VLCC) 발주를 위해 신조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선사들의 수주 가능성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유가가 많이 빠지면서 스크러버 설치를 주춤하고 있다"면서 "LNG추진선용 엔진 제작이 늘면서 발주 시장이 호황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조선 3사 수주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