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공식물가 0% 보합…한달만에 마이너스 물가 멈춰실제론 -0.01% 사실상 하락세… 고기류↑·석유류↓재난지원금 일부 효과…미·중 갈등 등 대외요인 불안
  • ▲ 소비자물가.ⓒ연합뉴스
    ▲ 소비자물가.ⓒ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 확산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가 실질적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전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물가에 일부 영향을 미치면서 공식 수치상으론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을 유지했다.

    '경기 온도계'로 불리는 근원물가는 지난해 8월이후 11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지난 4월 0.3%까지 내려왔다가 5월 0.5%, 6월 0.6%로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는 등 지수는 들쑥날쑥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는 지난 2월이후 추세적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최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으로 미·중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국제유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디플레이션(수요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0.4%) 사상 처음 마이너스 물가를 찍은후 플러스(+)로 전환했다가 8개월 만인 지난 5월(-0.3%) 다시 0%대가 무너졌다. 소수점 한자릿수까지 발표하는 공식수치상으로는 마이너스 물가로 돌아선지 한달만에 바로 하락을 멈췄다. 다만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져보면 -0.01%로 사실상 하락해 내림세를 보였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4.6%)과 전기·수도·가스(1.3%), 서비스(0.1%)는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반면 공업제품(-1.4%)은 하락했다. 5월과 양상은 같았다.

    농·축·수산물은 배추(58.1%)와 고구마(30.2%), 돼지고기(16.4%), 국산쇠고기(10.5%) 등의 상승 폭이 컸다. 마늘(-21.0%), 고춧가루(-13.1%), 쌀(-1.9%)은 가격이 내렸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축산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공업제품은 석유류가 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경유(-19.3%), 휘발유(-13.8%)가 내렸다.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12.1%)와 등유(-16.2%)도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됐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정부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다목적승용차(-2.4%) 가격도 하락했다. 소파(12.1)와 여자겉옷(2.9%), 햄·베이컨(8.0%), 수입승용차(3.9%) 등은 지난해보다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3.6%), 지역난방비(3.3%)는 오르고 상수도료(-1.9%)는 내렸다.

    서비스 부문은 상승률이 2개월 연속으로 0.1%에 그쳤다. 공공서비스(-2.0%)는 내리고 개인서비스(1.0%)는 올랐다. 집세는 0.2% 상승했다. 전세(0.2%)·월세(0.1%) 모두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시내버스료(4.9%)와 외래진료비(2.4%)는 오른 반면 고등학교납입금(-68.0%)과 휴대전화료(-1.3%)가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휴양시설이용료(22.0%)와 보험서비스료(8.1%), 구내식당식사비(2.1%)가 올랐지만, 학교급식비(-63.0%)와 병원검사료(-10.1%), 가전제품렌탈비(-8.4%), 해외단체여행비(-5.4%)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외단체여행이 줄고, 학년별 순환 등교로 급식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졌다. 지출목적별로 봐도 교통(-5.6%), 교육(-2.9%), 오락·문화(-0.9%)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두달 연속 0.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선 숙박·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업과 소매판매가 증가하며 소비지수를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5월 산업활동동향에선) 음식·숙박업 생산이 14.4% 증가했는데 이번에 외식 물가 상승률은 0.6%에 그쳤다"면서 "물가는 산업활동동향보다 후행지표라 재난지원금 효과가 조금 더 늦게 반영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 6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연합뉴스
    ▲ 6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상승했다. 앞선 달과 비교해서도 0.1% 올랐다. 지난 5월 두 달 만에 반등한 이후 두 달 연속 상승했다.

    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지난해보다 0.2% 올랐다. 석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0.5%, 12월 0.6%, 올 1월 0.8%로 상승 폭이 커지다 2월(0.5%) 이후 둔화하던 것을 멈추고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0.3% 하락했다. 식품(2.4%)은 상승한 반면 식품 이외(-1.8%)는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서울과 대전 등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면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아진 탓으로 보인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4.3% 상승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7.9%)와 신선채소(9.8%)는 올랐고, 신선과실(-3.2%)은 내렸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인천(0.4%), 서울(0.3%)은 올랐고, 광주·경기·충남·전남·경남(0.0%)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대전·강원·충북(-0.1%), 전북(-0.2%), 부산·울산·제주(-0.3%), 대구(-0.6%), 경북(-0.7%) 등은 각각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