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 2일 61차 본교섭 진행했으나 입장차 좁히지 못해지난달 23일 올 들어 세번째 파업… 금속노조 기업결합 3자 지위 획득STX조선, 일감 부족과 파업으로 노사 갈등 심화… 희망퇴직까지 실시
  • ▲ 지난해 5월 31일 현대중공업 주총장에서 노조와 사측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지난해 5월 31일 현대중공업 주총장에서 노조와 사측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조선업계가 코로나19에도 체력 회복을 위해 수주 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노조 악재가 이어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1년 넘게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노조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STX조선해양도 수주 가뭄과 노조 파업에 급기야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3일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일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교섭은 지난달 25일 61차 교섭을 정회한 이후 실무교섭을 여러차례 진행한 뒤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자리다.

    노사는 지난달까지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마련하자는 데는 공감했지만 지난달 30일 교섭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사 임금·단체협상 지난해 5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올해 7월까지 이어지게 됐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와 올해 임금·단체협상 난항을 이유로 지난달 23일 올 들어 세번째 파업도 벌였다. 노조는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당시 촉발된 징계 및 해고자 문제가 협상에서 함께 다뤄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측은 임금 부문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교섭게시판을 통해 "수많은 직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교섭 타결을 원하고 있어 조합도 최소한의 내용으로 교섭을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회사는 끝까지 원칙을 고집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노조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제3자 지위를 획득하며 심사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노조가 기업결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금속노조 측에 "담당 심사위원들과 협의한 결과 금속노조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심사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제3자의 지위를 얻으면 EU의 판단에 따라 심사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며 관련 청문회 개최 시 이해 당사자로 참여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즉각 EU의 기업결합 중간심사보고서를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노조가 이전부터 기업결합 이해관계자였으나 중간심사결과보고서(SO)까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아, 기업결합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STX조선도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회사의 무급휴직 연장에 노조가 무기한 파업으로 대응했고, 사측이 전직원 11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STX조선 측은 "회사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고정비 절감이 필요해 절박한 심정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자 한다"며 "오랜 기간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주, 손익 악화로 우리는 다시 생존을 위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실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채권단 자율협약과 2016년 회생절차에 이어 지난 2018년 5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고강도 자구계획을 전제로 한 조건부 경영정상화 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가뭄과 파업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수주 물량은 전무하고, 수주 잔량 역시 내년 1분기가 마지막 생산이다. 이에 고정비를 낮추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간 대립이 길어지면서 노조와 사측 모두 지친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파업을 벌이는 것은 노조에게도 득이 될 게 없는 만큼, 조선업 회복을 위해서는 안팎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