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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1번지로 통하던 서울 중구 명동 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몰려드는 해외 관광객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상권은 내수침체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몰렸다. 내국인은 물론 관광객의 매장 방문이 끊기자, 각 업체들은 명동에서 매장을 철수하거나 임시 휴업하고 있다. 인건비와 각종 운영비를 감당하지는 것보다 몇 달간 문을 닫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최근 명동에 위치한 2개 매장에 대해 영업 축소에 들어갔다. 명동중앙점과 명동2가점의 오픈시간을 오전 10시에서 12시로 미뤘다. 명동중앙점의 경우 월요일, 화요일은 휴점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명동 관광객 감소로 인해 한시적으로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명동월드점, 유네스코점 등 5개 매장 중 3곳을 무기한 휴업 중이다.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 씨앤트리, 더오키드스킨, 프리티 스킨의 일부 매장도 임시 휴점을 택했다. 아예 철수하는 매장도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라이브 명동점은 지난 3월 폐점했다. 지난해 5월 명동에 문을 연지 약 10개월 만이다. 토니모리도 같은달 명동점 문을 닫았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사드, 메르스사태를 다 거쳤지만 코로나19는 정말 최악"이라며 "외국인 손님은 아예 없고 관광지다 보니 인파가 몰릴 거라는 인식 때문에 내국인 손님도 감소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말했다.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금강제화 계열사인 신발 판매점 레스모아 명동중앙점도 문을 닫았다. 이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으로써 명동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랜드 역시 2012년부터 8년간 명동거리를 지켜온 SPA 브랜드 후아유의 명동점 영업을 지난 5월 종료하고 지난달 가로수길로 이전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최초의 신인 디자이너 편집숍 에이랜드가 2006년부터 운영해온 명동점을 폐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동 매장의 경우 70~80% 매출이 빠졌고 외국인 방문률은 0%라고 보면 된다"면서 "임시 휴업, 직원 휴직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명동에 위치한 매장들이 대부분 본사 직영점으로 운영되다 보니 상징성 등의 이유로 매출에 의해 폐점하는 일은 적었다"면서 "마케팅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철수했다는 것은 그만큼 생존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명동은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으로 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홍보효과가 큰 곳이다. 중장기적으로 명동 매장의 고객수와 매출 성장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명동을 평정하기 위한 패션·화장품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큰 위기에 빠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공항, 항구를 통해 들어온 관광객은 1월 103만497명, 2월 50만3976명, 3월 3만1497명, 4월 5136명, 5월 6111명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동 유동인구도 감소세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명동역 상권(반경 400m)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7만8958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월 9만7832명 대비 19.3% 적은 수치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해 12월 12만9862명과 비교하면 39.2% 감소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은 더 나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 자체가 어렵다 보니 기존 명동의 상권은 회복이 쉽지 않다고 봤다. 코로나19의 전세계 대유행으로 입국 시 2주 격리 조치가 취해지고 있어 국경을 넘나드는 관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태환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대면 소비 확대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하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행태 변화에 맞춰 온라인 및 생활밀착형 채널 강화, 매장 운영방식 전환 등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