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TV홈쇼핑 12社 송출수수료 비중 49.6%IPTV 3사 독점 구조… 시장 점유율 80% 육박홈쇼핑업계 “IPTV 슈퍼갑… 정부 개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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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쇼핑 회사가 1000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면 얼마나 이익이 남을까. 먼저 홈쇼핑이 챙기는 판매 수수료는 287원이다. 나머지 713원은 상품원가와 이익 등이 더해진 협력업체 몫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홈쇼핑이 수수료 287원을 고스란히 챙기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송출수수료로 153원을 내고 제품의 물류와 콜센터 등의 비용으로 102원을 쓴다. 다 떼고 남은 32원. 홈쇼핑사가 챙기는 진짜 이익이다.

    결국 홈쇼핑 판매 수수료 중 절반 이상이 IPTV(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제공사업자)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중소 납품업체에게 홈쇼핑이 ‘갑’이라면 IPTV 사업자는 ‘슈퍼 갑’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지난해 TV홈쇼핑 12社 송출수수료 비중 49.6%

    홈쇼핑업계가 해마다 치솟는 송출수수료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증가 폭에 비해 송출수수료 인상 폭이 지나치게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9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홈쇼핑 사업자 12곳(TV홈쇼핑 7개, T커머스 5개)은 지난해 송출수수료로 1조8394억원을 지출했다. 2018년 대비 12.6%(2058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른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도 49.6%로 같은 기간 대비 3.2%p 상승했다. 홈쇼핑 업계는 해마다 자사 매출에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송출 수수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먼저 지난해 매출 대비 가장 높은 송출수수료를 지급한 TV홈쇼핑 업체는 ▲홈앤쇼핑(66.6%) ▲GS홈쇼핑(58%) ▲CJ오쇼핑(48%)며 T커머스 업체는 ▲신세계TV쇼핑(65%) ▲W쇼핑(51.8%) ▲SK스토아(50.3%) 순이다.

    실제로 홈쇼핑업체들이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평균 증가율은 15.9%에 달했다. 2014년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2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반면 홈쇼핑업체들의 최근 10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은 6.3%였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2010년 22.6%에서 2014년 30.0%, 2018년 46.8%에 이어 지난해에도 치솟았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IPTV 송출수수료가 매년 20~30%씩 오르지만 홈쇼핑 업계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송출수수료가 과도하게 오르게 되면 협력사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홈쇼핑 입점 협력사 수수료 증가, 소비자가 가격 인상으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홈쇼핑 사업자뿐 아니라 입점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홈쇼핑업계 “IPTV 슈퍼갑… 정부 개입 절실”

    매년 홈쇼핑과 주요 통신 3사의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송출수수료 협상을 진행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20%대 안팎으로 인상된 수수료로 협상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사업자들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예상된다.

    홈쇼핑과 T커머스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IPTV 사업자에게 값비싼 송출수수료를 내는 것은 규모에 따라 ‘명당’ 채널 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S급·A급' 채널은 시청자의 채널 전환(재핑)이 잦은 지상파 방송과 같은 인기 채널 사이 번호들을 일컫는다. 주로 10번이하 채널번호로, 이들 번호를 낙점받으면 실적 향상을 기대하기 쉽다. 앞번호 진입을 시도하는 T커머스 수요에 따라 이른바 ‘자릿세’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현재 IPTV 업계는 유료방송 사업자 3개사가 독점하는 구조다. ‘KT+스카이라이프(31.52%)’, ‘LGU+LG헬로(24.91%)’, ‘SKB+티브로드(24.17%)’ 등 3개 회사의 점유율만 80.6%에 달한다. 이들 회사가 시장 점유율 4%를 차지하는 현대HCN 인수 경쟁에 참여함에 따라 점유율은 85%에 육박할 전망이다.

    가입자 수가 늘고 독과점 현상이 심해지는 IPTV 사업자들이 홈쇼핑 업체에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어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정부가 송출수수료는 놔주고 판매수수료만 옭죄다 보니 재주는 홈쇼핑 업체들이 부리고 돈은 IPTV 사업자들이 챙기는 구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홈쇼핑 업체들의 실적은 제자리를 맴돌거나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검증 협의체’ 운영 등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수수료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채널이 자주 바뀌면 송출수수료를 더 자주 올리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