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51번 확진자 병원 외래 방문, 14명 자가격리 발생했지만 ‘무기명’ 증상 숨기고 병원 진입, 마스크 착용도 올바르지 않았던 확진자 동선공개 지침 준용? 일 2000명 수준 외래방문자 감안 ‘견고한 방역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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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서울 소재 A대학병원에 확진자가 외래진료를 받으러 병원을 방문해 자가격리자 14명이 나오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방역당국도 병원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일부 병원 직원들만 관련 내용을 공유했으며 대부분의 직원들은 원내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감염확산 우려를 키웠다는 논란이다.국내 코로나19 지역사회 집단감염 주요 발생지 인근에 위치한 대학병원이자 일 평균 외래 환자가 2000명 수준인 곳으로 동선공개 과정에서 투명했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최근 방역당국 및 A대학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용산구 51번 환자가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열제를 복용한 후 허위로 문진표를 작성해 병원에 진입했다.이 확진자는 마스크를 정상적으로 쓰지 않았고 ‘썼다 벗었다’하는 모습이 CCTV를 통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사, 재활치료사 등 14명의 자가격리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이 확진자는 7월 3일 타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격리입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그러나 용산구청은 이 확진자와 관련 동선에서 A대학병원을 무기명 처리했다. 이에 따라 인근 주민이나 환자는 물론 원내 직원들도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여기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환자가 본인의 증상을 숨겨 병원 진입을 시도했다는 점이다.지난 3월 서울백병원에서는 대구에 사는 사실을 숨기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이 발생해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A대학병원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병원 진입시도가 있었고 외래진료를 받았다는 것이다.이는 병원 출입을 위한 ‘자가 문진표 작성’이 완벽한 확진자 차단이 어렵다는 상황임을 드러내는 지표다. 또 소위 말하는 ‘깜깜이 환자’의 경우는 방역망 가동이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병원 직원들에게도 숨긴 확진자 방문 동선확진자 방문 후 용산구청과 병원 측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도 이 논란을 확산시킨 이유 중 하나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확진환자 동선 등은 각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A대학병원의 일 평균 외래 방문자는 약 2000명 수준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3차 병원에 준하는 시설과 인력 규모를 가진 곳이다.기존 의원급이나 일반 음식점에서 상호명을 알리지 않는 동선공개 조치와 달리 더 투명한 선제적 공개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원내 확산은 다행스럽게도 없었지만, 만에 하나라도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을 경우 그 전파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용산구청과 병원 관계자들은 “코로나 확진자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는 없다. CCTV를 재차 확인해 확진자가 방문한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했고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에 무기명으로 병원명을 처리해도 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 3판(중앙방역대책본부, 2020.6.30.)을 준용해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업소명은 접촉자가 있으면 관할 구로 제한해 공개(타지역 이동구간은 해당 지자체에서 공개)해야 하지만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 ‘업소명 미공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됐다.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A대학병원에서 추가 감염자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병원 측의 조치가 미흡했던 사실이다. 동선공개 관련 규정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원내 감염의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직원들을 보호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방역지침을 준용했다고는 하지만 전 직원들이 병원 입구 통제를 돌아가면서 진행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감염 확산 우려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 투명한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