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원대 미지급금 해소 등 선행조건 불이행“M&A 결실 거두지 못해 안타깝다”국토부 협의 마친 후 계약해지 공시
  • ▲ ⓒ제주항공
    ▲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추진하던 LCC 최초의 M&A가 무산됐다. 코로나19 탓에 항공산업 전체가 휘청이면서 이스타항공 딜을 마무리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했다.

    제주항공은 23일 오전 이스타항공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관련해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경과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는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그동안 절차와 명분을 쌓으면서 그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전날 인수 포기설이 제기됐고, 실제로 오늘 공시를 통해 계약 해제를 공식화했다. 지난 21일에도 이석주 AK홀딩스 대표(前 제주항공 대표)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국토부에 계약 해제 계획을 알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에도 입장 자료를 통해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정부의 중재 노력 등을 종합 고려해 계약 해제와 통보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계약해제가 임박한 상황에서 마지막 여지를 남겼지만 결국 새로운 대안이 나오지 않자 인수 포기를 결정한 것.

    제주항공은 올해 3월 2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공시를 통해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51.17%)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545억원이다.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 체결 당시에는 매각대금이 695억원으로 책정됐지만 2개월 넘게 진행된 실사를 통해 150억원이 줄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휩쓸면서 항공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객 수요는 뚝 끊겼고,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이 26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스타항공을 떠안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여진다.

    인수를 고심하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1700억원대 미지급금 해소 등 선행조건 이행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