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수밀 시험 거친 배터리… 감전 위험은 크지 않아물이 스며들면 전원 차단, 3단계 안전 설계안전을 위해 물에 잠긴 도로 피하고 습기 제거… 절연 장갑 필수
  • ▲ 쏘울 전기차(EV)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기아자동차
    ▲ 쏘울 전기차(EV)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기아자동차
    연이은 집중호우로 자동차 침수 피해 규모가 7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전기차 감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300V 이상의 전압을 쓰는 만큼 빗물이나 침수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침수·수밀 시험을 거치고 충분히 안전하게 설계한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가지 않고 습기를 말리는 등 적절한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손해보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접수된 자동차 침수 피해 건수는 7113건으로 조사됐다. 추정 손해액은 711억원가량이다. 이 중에는 전기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는 침수되도 감전될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돌발적인 상황을 대비해 가혹한 검증을 한다”면서 “배터리 안전성은 완벽하게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배터리에 크게 충돌, 수밀, 침수, 연소 등과 같은 4가지 시험을 거친다. 충돌 시험은 시속 80㎞로 달려온 차와 부딪히는 것으로 발화나 폭발 여부를 검증한다.

    수밀 시험은 배터리에 들어간 수분 유입 차단 기능이 정상 작동되는지, 주행거리 저하 등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예컨대 전기차 배터리는 물이 스며들면 알아서 전원을 차단한다. 전기 모터 등 주요 부품은 방수 처리가 돼 있다.

    특히 침수 시험의 경우 소금물에 배터리를 잠기게 해 발화 및 폭발 여부 등을 검증한다. 연소 시험은 직접 화염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에는 3단계의 안전 설계가 접목돼있다. 일부 부품 고장이 배터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페일 세이프’, 배터리 상태를 관리하는 ‘능동 보호’, 외부 합선에 의해 전력을 차단하는 ‘수동 보호’ 등이다.

    외부에서 충전 시설을 이용하다가 감전사고가 날 것을 예방하는 장치도 있다. 충전기는 버튼을 누르는 즉시 전류를 차단한다. 전기차에 꽂으면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공급한다.

    전기차는 빗물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액체를 막는 마감(실링)과 배출하도록 만든 배출구(드레인홀)를 갖췄다.

    하지만 이 같은 안전 장치를 맹신해선 안된다. 전기차는 침수 시 보닛을 열어 습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때 주황색 배선은 절대 손대면 안된다. 300V가 넘는 전류가 흐르는 고압선이기 때문이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정비사 역시 절연 복장과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면서 “감전 예방은 수리 시 필수”라고 조언했다.

    이 밖에 자기차량손해(자차) 담보에 가입하지 않아 일반 정비를 하는 경우 떠올려야 할 규칙은 ‘선(先) 견적, 후(後) 정비’다. 두 곳 이상의 정비 업체에 들러 견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구매 보조금에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에 걸맞은 안전 교육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 팔린 전기차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0% 증가한 2만2080대였다.
  • ▲ 전기자동차에 장착된 고압선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 전기자동차에 장착된 고압선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