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살아야'에서 급 태세전환"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기본급 인상은 기본… 격려금에 통상임금 보전, 복리후생 복원 봇물
  • ▲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생산 라인.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현대자동차그룹
    ▲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생산 라인.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현대자동차그룹
    국내 완성차 및 타이어업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코로나19(우한폐렴) 여파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가까스로 돌입했지만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을 놓고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갈등이 깊어질 경우 최근 실적 버팀목으로 여기는 내수 판매까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19일부터 2020년 임단협 본교섭에 돌입했다. 통상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에 나서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수차례 연기되면서 시기가 늦어졌다.

    이번 임단협에서는 현대차 노사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조합(노조)은 앞서 기본급을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올리고 지난해 당기순이익(3조1856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국내 생산 규모를 유지하거나 정년 퇴직자를 다시 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제도’ 연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고 불확실성이 짙어진 여건을 고려하면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92만444대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동기(248만4169대) 대비 22.7% 줄어든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노조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회사가 살아야 조합원, 노조도 유지된다’고 주장하던 것과 달리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자 목소리가 거세졌다.

    노조는 21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뜸들이지 말고 입단협을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한다”며 “줄 건 주고 하반기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자”고 주장했다.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다른 완성차 노조로 번지고 있다. 오는 27일 상견례를 갖는 기아차 노사는 임단협 합의까지 진통이 불가피하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데다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성과급 20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0% 및 600만원 지급, 자산 매각 시 별도 협의 등을 요구한다. 올해는 김성갑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지부장이 이끄는 집행부가 들어선 첫해인 만큼 노조가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카허 카젬 사장과 김 지부장 등은 지난 20일 임단협 6차 본교섭을 이어가는 등 대화에 나서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달 임단협 협상을 위해 마주 앉고 실무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XM3 출시 성공 격려금 등 700만원 일시 지급 등을 요구했다. 지난 2년간 임금이 동결된 가운데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타이어 업체 중에서는 금호타이어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으로 운영 자금 계좌 압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에 통상임금 소송 해결, 최저임금 재산정 및 성과배분, 복지 원상회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이와 별개로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지위 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뒤 직접 고용과 임금 차액 204억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분기 연속 적자에 빠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 실적 악화 등 업계 불황으로 극심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 노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자칫 갈등이나 파업이 벌어진다면 가진 경쟁력을 잃고 크게 뒤쳐질 수 있다”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