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정제마진 급락… 상반기 영업손실만 1조부채-차입금, 5년來 최대치… 재무안정성 '흔들'이자도 갚기 힘들지만… 미래 위한 투자 계획대로 추진
  • ▲ 에쓰오일. ⓒ연합뉴스
    ▲ 에쓰오일. ⓒ연합뉴스
    에쓰오일이 국제유가 하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반기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재무건전성까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할 상황이지만 미래를 위한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4일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상반기 에쓰오일의 부채 규모는 연결 기준 11조3087억원으로, 지난해 10조7284억원에 비해 5.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5조4284억원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다.

    부채비율 역시 97.8%에서 5년새 204%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올 상반기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67%보다 37.3%p 증가하면서 5년새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 상승률 21.3%p다.

    차입금 규모도 2015년 상반기 2조9970억원에서 올해 7조224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54.0%에서 130%로 크게 높아졌다. 상반기 차입금의존도 증가율은 25.8%로, 이 역시 5년 중 가장 높다. 이 기간 평균 증가율은 15.3%p다.

    재무건전성이 저하되면서 이자비용도 부담이 되고 있다.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모두 887억원으로, 직전 5년 평균 373억원에 비해 137% 급증했다. 최근 부진한 영업성적으로 반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자보상배율도 -13.2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일 경우 이자지급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동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 상반기 유동비율은 84.2%로, 지난해 상반기 103%에 비해 19.4%p 악화됐다. 유동비율의 경우 2016년 상반기 195% 이후 4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27.8%p씩 줄어들었다.

    특히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 규모가 1조5142억원에서 3조453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유동성 우려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실제 2017년 상반기 37.4% 이후 3년 연속 단기차입금 비중이 늘어나면서 차입구조의 단기화가 심화되고 있다.

    직전 5년간(2015~2019년) 에쓰오일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이익창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연 평균 1조1000억원가량의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했다.

    그러나 총 투자비 4조8000억원 규모의 잔사유 탈황·분해설비(RUC) 및 프로필렌 다운스트림 생산설비(ODC) 투자가 진행되고 2017~2018년 연 평균 7000억원에 달하는 배당소요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부족자금이 발생했다.

    지난해부터는 투자 및 배당금 지급 축소를 통해 자금지출을 통제하고 있고, 올해 1분기 유가 급락 이후 매출채권·재고자산 등의 운전자금 규모가 축소됐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진한 영업현금창출로 인해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연간 영업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현금창출력 축소를 감안하면 당분간 재무구조 저하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후로는 투자 및 배당 부담 축소 등을 바탕으로 재무구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차입금 절대 규모가 대폭 증가한 상태인 만큼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 에쓰오일 연도별 영업이익.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신용평가
    ▲ 에쓰오일 연도별 영업이익.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신용평가
    게다가 영업실적 회복 시기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통상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밑돌면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2분기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0.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월간 마이너스(-0.1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4월 -0.8달러 △5월 -1.5달러 △6월 -0.5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로 분기 마이너스 기록이 나왔다.

    아울러 분기 기준으로 2017년 3분기 8.1달러 이후 지난해 3분기 6.6달러를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 역시 2018년  3분기 69.5달러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는 만큼 반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상반기 대규모 영업손실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유·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석유제품 수요 위축, 중국 지역 중심의 신규 정제설비 증설이 산업 내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정유시장에서의 견고한 시장 지위와 우수한 사업경쟁력, 신규 설비 가동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인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은 급격한 수요 위축과 정제마진의 하방압력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현재 검토 중인 약 7조원 규모의 2단계 석유화학시설 투자 프로젝트의 현실화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재무 부담이 이미 과중한 상황에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영업성적을 감안할 때 무리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나 석유화학, 윤활유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정유 부문이 매출 비중의 75% 이상을 담당하는 만큼 대주주 아람코 입장에서는 투자시점을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TC2C' 기술 도입을 포함한 2단계 투자 프로젝트 SC&D(Steam Cracker & Olefin Downstream)의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아람코가 화학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독자 개발한 것이다.

    에쓰오일 측은 "2021년 최종 투자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으나, 정확한 투자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코로나19로 이동 및 회의가 원활하지 못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기혁 실장은 "2단계 프로젝트의 현실화 여부, 배당금 지급 등에 따른 자금 소요, 향후 영업현금 창출과 외부차입 축소를 통해 현 신용등급에 부합하는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한 지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