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이여도 괜찮아" 2000만~4000만원 웃돈 예사 가을이사철 맞아 전세수급지수 189.6…5년만 최악
  • #. 오는 10월 임대차계약 만료로 새 전셋집을 찾고 있던 프리랜서 A씨(여·38)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인중개사와 함께 탐방하기로 한 주택 임대인으로부터 '부부와 함께 단정한 차림으로 늦어도 7시30분까지 올 것'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꽃단장을 한 후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가까스로 전셋집을 구경할 수 있었다.

    #. 직장인 B씨(남·43)는 전셋집을 알아보던 중 가계약을 앞두고 3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공인중개업소와 주택탐방후 가계약을 진행할 때마다 집주인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까지 웃돈을 요구한 까닭에서다. 
     
    임대차3법 시행에 따른 피해사례가 속속 집계되고 있다. 세입자 권한강화로 '법대로 하자'는 임차인에 맞서 임대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집주인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세입자 면접'이다. 세입자 면접은 이미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 국가에선 보편화된 임대차계약 절차중 하나다. 재직증명서는 물론 급여통장내역, 보험청구이력 등을 요구하거나 서류면접을 통과한 세입자를 면접으로 가려내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3법으로 집주인들이 한번 세를 주면 좋으나 싫으나 4년은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신원이 확실하고 집을 깨끗이 쓸 세입자를 원한다"면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지, 법적 부부인지, 직업은 있는지 간단하게 라도 호구조사를 한다"고 귀띔했다.

    불과 몇 시간만에 보증금 수천만원을 올리는 사례도 적잖다.

    직장인 B씨는 "공인중개사 통장으로 가계약금 50만원을 입금한 후 확인전화를 했는데 집주인이 2000만원을 올려 다시 내놓기로 했다면서 바로 가계약금을 돌려줬다"며 허탈해 했다.

    이어 "중개업소에 호소도 해봤지만 집주인이 올린 가격에 전셋집이 안나가면 그대로 비워둬도 그만이라고 했다더라"면서 "집주인이 이렇게 완강할 경우 아예 매물을 거둬들일 수도 있어 편 들어주기 불편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을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주택 전세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KB부동산 주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지역 전세수급지수는 직전주 186.9 보다 2.7p 오른 189.6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0월 첫째주 190.6 이래 최고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수요 대비 공급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에서 200사이 숫자로 표시된다. 100보다 높을수록 전세공급이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전세가격도 60주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세가격 상승률은 직전주 대비 0.12% 올랐다.

    감정원은 전셋값 상승요인에 대해 "전원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및 재건축거주요건 강화에 따른 전세물건 감소 탓"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