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총 사내복지기금 중 11% 은행이 쟁였지만…정직원만 복지 누려근로복지기본법 개정 32개월 지나도 은행 절반은 쌈짓돈 비축 급급농협·기업·수출입은행, 간접고용노동자 처우개선에 1원도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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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은행권이 그동안 쌓아온 사내근로복지기금이 1조2000억원을 훌쩍 넘긴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전체 사내복지기금의 11%를 웃도는 돈이다. 

    그러나 은행권 사내복지기금의 혜택은 정규직 직원들에게만 돌아간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미래통합당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사내근로복지기금 현황’에 따르면 8개(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KDB산업‧한국수출입)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사내근로복지기금 적립액은 1조 2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기업 전체 사내근로복지기금(2018년 말 기준)액인 10조7845억원의 11%를 넘는 규모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이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기업이 이익금을 출연해 설립한 기금으로 근로자 주택구입자금의 보조, 자녀학자금 등 근로자의 생활원조를 비롯해 휴양소 운영 등에 쓰인다. 

    기금 재원은 해마다 노사협의에 따라 순이익의 일부를 출연해 기본재산을 쌓고, 이를 운영해 얻은 수익(운영자금)을 직원들의 복지에 사용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25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사내복지기금을 쌓았고, 하나은행이 2270억원, 기업은행이 1800억원을 적립했다. 

    뒤를 이어 농협은행이 1700억원, 신한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1358억원, 산업은행 701억원, 수출입은행이 288억원을 비축했다.

    수조원에 이르는 사내복지기금이 정규직원들의 복지개선에만 쓰이자 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내복지기금 기본재산의 최대 20%를 간접고용(도급‧파견)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했다. 

    저성장 기조와 경기 침체로 대‧중소기업 간, 고용형태별 복지 격차가 심화되자 이 문제를 해소하고 복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정부가 이 규제를 개선한지 3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은행 절반은 여전히 ‘정규직만의 복지 세상’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8개 은행 중 4곳(국민‧신한‧우리‧산업)만 청원경찰이나 텔러(은행 창구직원), 청소원 등 간접고용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기금을 사용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7년 명절부터 간접고용 노동자 1명당 온누리상품권 10만원을 지급해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사내복지기금 기본재산을 사용해 온누리상품권 80만원씩을 제공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근로자의 날과 창립기념일 등을 기념해 1인당 현금 25만원을 지급했고, 우리은행도 작년과 올해 각 10억원 상당의 국민관광상품권을 간접고용노동자들과 나눴다. 신한은행은 올해 처음 사내복지기금 기본재산 중 19억원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지급했다. 

    하나은행은 8월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1인당 90만원 상당의 국민관광상품권을 지급했다. 

    반면 농협‧기업‧수출입은행은 사내복지기금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한 푼도 쓰지 않았다.

    특히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정부 정책에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상품권 지급 등 복지혜택을 제공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도 사내복지기금 기본재산 대신 운용재산 내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1인당 20만원 상당의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경제여건 악화까지 겹치면서 정규직원들과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복지 격차 해소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2017년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에 이어 이달에도 기업들이 사내복지기금을 하청‧중소협력업체들의 복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정부의 규제완화 취지에 맞춰 은행권 등 대기업부터 원청‧하청의 복지 격차를 줄이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