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체리차가 지분 보유한 HAAH, 투자 검토지리차·비야디·CATL 등도 입질10년 만에 '상하이 악몽' 우려
  •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시 생산 공장 ⓒ쌍용차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시 생산 공장 ⓒ쌍용차
    생사의 기로에 선 쌍용자동차가 새 투자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자본이 쌍용차 인수에 강하게 입질을 하고 있어 ‘상하이차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HAAH오토모티브홀딩스(HAAH)는 조만간 쌍용차 지분 투자 제안서를 매각주관사 측에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경기 평택시 생산공장 등 쌍용차 실사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2014년 설립된 자동차 유통업체다. 스웨덴 볼보에서 부사장을 지낸 듀크 헤일 회장이 창업주로 경영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규모는 2000만달러(약 230억원) 수준이다. 

    다만 HAAH가 신차 개발과 경영 정상화에 5000억원가량 필요한 쌍용차를 감당할 정도의 자금 여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HAAH는 완성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중국 체리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체리차의 지원이나 다른 투자자와 함께 쌍용차 경영권 인수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특히 체리차는 쌍용차 인수 이후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를 발판 삼아 간접적으로 진출할 구상을 세웠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연장선상에서 중국 완성차 및 전기차 업체인 지리차와 비야디(BYD) 역시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지는 않고 있어 아직 설익은 단계다. 

    이뿐 아니라 중국 전기차 배터리 회사인 CATL이 쌍용차 투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공식적으로 밝힐 사항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쌍용차의 새 투자자 찾기 기계가 늦춰지면서 10년 만에 또다시 중국 자본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9년 1월 쌍용차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차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경영권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유출 논란, 2000여 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 등 쌍용차는 막대한 휴유증을 앓았다. 옥쇄 파업과 대규모 생산 차질은 쌍용차를 수렁에 빠뜨렸다. 

    업계는 중국 자본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는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중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또다시 경영권 포기 의사를 내비친 것도 부담이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7일 “쌍용차 보유 지분(74.6%)을 50% 아래로 낮추기 위해 주주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쌍용차가 일부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투자자의 지위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쌍용차는 지난 2분기(4~6월) 11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6년 4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적자 시달리는 상황이다.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가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반기 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했다.

    이 여파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쌍용차의 관리종목 지정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쌍용차는 하반기 중 부분 변경을 거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 렉스턴과 티볼리 롱보디를 출시해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첫 순수 전기차를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출시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 등 유동성 위기를 넘어야 한다”며 “투자자가 나타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