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이례적인 2인자 세대교체에 연말 대대적 인사 전망신세계·현대백 그룹도 CEO 교체 첫 해, 인적쇄신 주목코로나19가 가져온 전통적 유통업의 몰락… 본격적 변화 예고
  • "올해 연말 인사는 그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연말 정기 인사에 대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유통업계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는데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실적이 하락하는 등 전례업는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 이에 따른 전통적 유통업 변화의 필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여졌다. 

    무엇보다 주요 유통그룹이 앞다퉈 2인자를 교체하면서 연말 인사에 대한 변수는 더욱 커졌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4일 이례적인 8월 인사를 통해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전격 퇴진을 발표했다. 황 부회장은 그동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로 명실공히 그룹 내 2인자로 꼽혀왔다. 40년간 롯데그룹에 몸을 담아온 2인자의 갑작스러운 퇴진도 이례적이었지만 롯데그룹이 8월 기습 인사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황 부회장의 퇴진으로 생긴 롯데지주 대표의 공백은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메웠다. 업계에서 2인자에 대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여기에서 나온다. 이 사장은 유임된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신 회장을 보좌하게 될 전망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내부에서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당한 이례적 인사”라며 “연말 사장단 인사나 임원인사도 필연적으로 큰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유통BU장 겸 롯데쇼핑 사상 첫 통합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백화점부문, 마트부문, 슈퍼부문 등을 사업부로 개편하고 통합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 다른 유통그룹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는 유독 유통업계의 수장 교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쌍두마차로 꼽히는 이마트와 신세계의 대표이사가 나란히 교체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을 진두지휘하는 핵심사업의 수장으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손발을 맞추는 사실상 2인자들이다. 

    이마트에는 컨설턴트 출신의 강희석 사장이, 신세계에는 패션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이끌던 차정호 사장이 각각 발탁됐다. 이들 역시 올해 연말 인사의 변수는 적지 않다.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 사업부문 사장으로 이석구 전 스타벅스 대표가 발탁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최근 1년 반동안 사실상 경영에서 은퇴한 자연인으로 지내온 바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2인자로 꼽히던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은퇴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의 수장으로는 김형종 한섬 사장이 발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 2인자로 꼽히는 주요 사업의 대표가 교체되면서 1년차를 맞이한 올해 새로운 대표 색깔에 맞춘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으리라는 예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이번 인사 코드를 새로운 유통환경 변화에 맞춘 세대교체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는 유통업계 체질 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적인 유통업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신 유통으로 꼽히는 온라인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비대면, 온라인 유통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상황”이라며 “올해 코로나19는 이런 경향성을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변하지 못하면 무너진다는 절박함까지 안겨줬고 이는 곧 연말의 인사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