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규모 차입금, 재무건전성부담 가중재무구조 개선 위해 부동산 매각 등 다각도 노력'글로벌 첨단소재기업' 회사 정체성 확보 총력
  • ▲ 서울 서초구 소재 KCC본사. ⓒKCC
    ▲ 서울 서초구 소재 KCC본사. ⓒKCC
    정몽진 KCC 회장은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에서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성공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첨단소재기업'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대조적이다. 인수한 지 15개월에 불과한 만큼 인수효과를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현재까지는 다소 무리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아웃풋에 인수 과정에서 떠안은 채무 부담까지 더해지면서다. 과중한 재무 부담에 자산까지 매각하자 일각에서는 '자충수'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지난해 인수한 모멘티브의 북미 지역 실란트(실리콘 접착제)사업을 독일 헨켈社에 2428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KCC 측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북미 지역 실란트사업 자산과 부채를 모두 양도하기로 했다"며 "핵심사업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초에는 KCC 사옥이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과 토지 등 부동산을 KCC건설에 1592억원에 매각했다.

    시장에서는 KCC의 잇따른 자산 매각에 대해 M&A로 생긴 저하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KCC는 지난해 세계 3대 실리콘 시업인 미국 모멘티브를 30억달러에 인수했다. 인수를 통해 실리콘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집중 육성해 세계 2위 실리콘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었다.

    모멘티브는 토머스 에디슨이 창업한 GE(제네럴 일렉트릭)의 첨단소재사업 부문이 전신으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신은 실리콘 소재 부츠를 제작한 회사다. 미국의 다우코닝에 이어 독일의 와커와 함께 세계 2대 실리콘·석영기업으로, 외형은 27억달러를 넘는다.

    모멘티브 인수전은 역대 한국 기업의 해외 M&A 거래 가운데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달러),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9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건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M&A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차입금으로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2조원을 웃도는 차입금을 보유한 모멘티브가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재무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일각에서는 다년간 그룹 유동성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KCC의 연결 기준 차입금은 모두 4조477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2552억원에 비해 98.5%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직전 5년(2015~2019년)간 차입금 규모가 평균 1조742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M&A 과정에서 적잖은 차입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차입금 증가에 따라 부채(7조4503억원) 규모도 불어나면서 부채비율은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올해 부채비율은 149%이며 직전 5년 평균 부채비율은 53.9%다.

  • ▲ 충남 서산시 소재 KCC 대죽2공장. ⓒKCC
    ▲ 충남 서산시 소재 KCC 대죽2공장. ⓒKCC
    게다가 모멘티브가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모멘티브 지분 보유회사인 MOM홀딩스컴퍼니(지분 50%+1주)와 종속회사(모멘티브 등)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637억원, 순손실은 55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1조7237억원으로 KCC의 외형 확장에는 도움을 줬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끼쳤다. MOM홀딩스컴퍼니는 KCC가 1월1일부터 종속회사로 편입한 곳으로, 모멘티브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회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KCC가 모멘티브 인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국내 건설 경기와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부진 등 전방산업 침체로 주력 사업인 도료와 건자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현금흐름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63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06억원에 비해 10.1% 감소했다. 특히 2016년부터 4년 연속 줄어들면서 상반기 기준 최근 6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직전 5년 평균 영업이익은 1433억원이다. 영업이익률도 2016년 11.2%에서 매년 낮아지면서 올해는 2.54%를 기록했다.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됨에 따라 업계에서는 KCC의 재무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또 다른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보유 지분을 내놓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CC는 삼성물산(8.97%), 한국조선해양(6.6%)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장부가액은 각각 1조5240억원, 3674억원에 달한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모멘티브 일부 사업부 매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불어난 차입금 외에도 건설 경기 악화로 건자재 부문의 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매각자금을 차입금 관리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하된 재무건전성이 단기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향후 실적에 따라 추가 자산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KCC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상반기 주가 하락으로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하락했지만, 2분기 이후 다시 회복하고 있다"며 "현재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