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시중은행에 21조원 대출‧무제한 RP매입 15조원 단행은행 등 예금취급기관, 한은이 공급한 유동자금 한은에 재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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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수경제연구소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색된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실상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들이 한국은행이 공급해준 유동성을 한국은행에 재예치했기 때문이다.

    3일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예치금 등은 올해 6월 기준 236조원으로, 올 상반기에 39조원 가량 급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올해 시중은행 등에 공급한 대출금 21조원과 RP(환매조건부채권)매입 15조원을 합한 36조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금융권에 RP매입을 통한 무제한 유동성공급을 단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급속히 얼어붙는 상황에서 경제의 혈관인 금융이 막히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기위한 조치였다.

    한은은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RP를 매입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매각해 돈을 거둬들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이 한은으로부터 공급받은 유동성을 대출 등 신용창출에 쓰지 않고 다시 한은에 재예치하면서 정책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 한국은행의 국내 신용공급 추이 ⓒ김광수경제연구소
    ▲ 한국은행의 국내 신용공급 추이 ⓒ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예금취급기관들은 한국은행이 공급해준 유동성을 다시 한국은행에 재예치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예금취급기관의 대상별 신용공급 추이를 보면, 기업과 중앙정부에 대한 신용공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은행에 대한 예치금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가계와 기타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공급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신용공급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액은 6월 현재 1897조원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해 가장 많으며, 올 상반기에만 125조원이 급증했다. 전년말에 비해 7%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가계 신용공급액은 1169조원으로 전체 신용공급액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는 23조원 규모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년동기 대비 2%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억제와 영업제한 등으로 가계 소득과 소비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데다가 주택대출도 둔화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카드사 등의 기타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공급액은 561조원으로 전체의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는 25조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5% 증가에 그쳤는데 이 역시 코로나19로 가계소비가 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