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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무료 예방접종 잠정 중단 사태로 추락한 독감 백신 신뢰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년 이어져왔던 독감 백신 입찰 난항과 관리부실 등 곪아던 환부가 터지면서 총체적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지난 21일 백신 국가조달 계약업체인 신성약품이 유통과정에서 일부 독감 백신을 상온에 노출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후 500만 도즈(500만명 분)의 접종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해마다 되풀이 된 정부의 무리한 저가 입찰제도가 낳은 예견된 사태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국가접종 독감 백신 입찰과정에서 정부가 조달가격을 1도즈(1명 분)당 8790원으로 제시하면서 네 차례나 유찰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독감이 겹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저가입찰 입장은 변화가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가격은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가격인 1만 4000~1만 5000원에 비교하면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애초 정부는 이보다도 낮은 8610원을 제시했었다.
이에 업계는 최소한의 마진을 보장하고, 일방적으로 떠안게되는 재고부담 등을 반영한 적정가격을 1만 2000원~1만 3000원선으로 봤었지만 결국 신성약품이 정부제시가인 8790원으로 낙찰받았다.
무료접종 시기 직전까지 이어지는 독감 백신 유찰은 매년 반복되는 과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4가 백신이 공급되지만 이전의 3가 백신 가격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다보니 입찰이 난항을 겪을수 밖에 없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찰이 늦어지면서 결국 공급일정도 빠듯해졌다. 무료접종 한달을 앞두고 신성약품이 낙찰되자 배송을 서두르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신성약품의 위탁을 받은 일부 배송업체가 냉장차를 이용해 백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다.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은 "당장 9월 8일부터 백신 배송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약품 배송 업체를 선정할 시간이 짧다 보니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을 끝까지 못 챙겼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신성약품과 위탁 배송업체 간의 관계 등 유통 과정상의 문제점은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수송 구조체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매업체와 위탁 배송업체는 물론이고 관리감독기관의 책임도 피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에 대한 부담을 지면서 공급일정에도 쫓기는 구조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사태"라며 "무료 접종의 빠른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개선을 세심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