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의원회 임총서 불신임안·비대위 구성안 모두 ‘부결’ 젊은 의사들 반발·일부 강경파 대의원회 현 집행부 비판론 확산 의정협의체 논의 전 심각해진 ‘의료계 내홍’ 해법은 묘연
  • ▲ 지난 27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시총회에 참석하는 최대집 의협회장. ⓒ권창회 기자
    ▲ 지난 27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시총회에 참석하는 최대집 의협회장. ⓒ권창회 기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세 번째 탄핵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현 의협 집행부가 위기상황을 넘겼다고 끝이 아니다. 탄핵안이 부결됨에 따른 의료계 내부 갈등은 더 커졌다. 어쩌면 의정 갈등보다 골이 더 깊어진 내홍을 없앨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세 번의 위기에도 살아남은 최대집 회장

    최대집 의협회장은 2018년 5월 1일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첫 번째 탄핵 위기에 놓인다. 

    당시 문재인케어 저지에 대한 의료계 내부적으로 시각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문재인케어가 기존 비급여 영역을 건강보험 내 진입시키는 소위 ‘급여화’ 과정에서 저수가 문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집 회장이 총대를 메고 투쟁할 것으로 판단됐지만 민영보험의 일부재정을 가져오는 방식의 ‘더 뉴 건강보험’ 등을 제안했다. 이에 반발한 의협 대의원회는 ‘문재인 케어 저지와 수가 정상화 대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발의했다. 

    쟁점은 ▲문 케어와 유사한 더 뉴 건강보험 제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당시 아무런 지침도 내리지 않고 가처분만 신청 ▲MRI까지 예비급여 80%받아드리고 예비급여가 없다고 만족 ▲관행수가 60%밖에 받지 못하고 자화자찬 ▲의·한·정 협의체에서 의료일원화 밀실합의 등이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자체를 탄핵안으로 보기 어렵지만, 비대위는 사실상 최대집 집행부의 일련의 행보에 대해 반대하는 조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당시 투표에 참여한 의협 대의원 중 178명 중 129명(72.5%)이 비대위 구성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불신임 안건이 공식적으로 올라왔다. 

    의협 대의원회 일부 의원들은 ‘더 뉴 건강보험’의 공론화 과정과 의결절차의 적법성 관련 자료 등에 문제를 삼았다. 특히 문케어을 막겠다고 했는데 모든 정책이 정부 흐름대로 흘러가고 있음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있었다. 

    이때로 대의원회 투표결과 239명중 204명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 122표(59.8%)로 최 회장의 불신임 안건은 부결됐다.

    마지막으로 지난 27일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서도 최대집 의협회장이 탄핵안이 부결됐다. 이날 불신임안을 두고 대의원 203명 중 3분의 2 이상인 136명이 찬성하지 않았다. 

    이번 탄핵안은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 보건의료정책으로 의사 파업 사태가 커졌는데 최대집 의협회장이 지난 9월 4일 정부·여당과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이처럼 세 번의 위기에도 최대집 집행부는 살아남았다.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현 상태라면 추가로 불신임안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 이제 차기 회장 등 이슈로 사안이 넘어갈 시기이기 때문이다. 

  • ▲ 지난 27일 최대집 의협회장 탄핵안이 부결되자 일부 의사들이 거센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 중이다. ⓒ권창회 기자
    ▲ 지난 27일 최대집 의협회장 탄핵안이 부결되자 일부 의사들이 거센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 중이다. ⓒ권창회 기자
    ◆ 더 거세진 젊은의사들 분노, 달랠 수 있을까 

    의협 대의원회는 최대집 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지만, 내부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미 전공의들 대다수는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진행한 ‘최대집 회장 및 의사협회 임원 불신임의 건’ 사전 조사 결과에서 최 회장 불신임은 2233개 응답 가운데 88% 찬성을 보였고, 의협 임원 불신임의 건은 85%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대전협은 “최대집 회장과 이하 집행부는 ‘정무적 판단’이란 정치적 사욕을 위한 농간이었는가 아니면 감옥을 두려워했던 회장 개인의 비겁함 때문이었는가. 이것이 젊은 의사들의 뜻이며, 처절한 분노가 담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 불신임안 투표가 진행됐던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서울 컨벤션홀 앞에서 의대생, 전공의 등이 최 회장의 불신임을 가결해달라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의대생, 전공의와 최 회장의 탄핵을 주장하는 의사 일부가 대의원만 입장할 수 있는 총회 장소에 들어가려다 경호원 등에 막히면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추후 논란은 27일 대의원회 임총에서 탄핵안과 동시에 논의됐던 ‘비대위 구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당시 재적 대의원 242명 중 174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과 반대가 87명으로 동수여서 부결됐는데, 이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명에서 기명투표로 다시 혼합투표로 전환되는 등 논란이 있었다. 

    이동욱 경기도 대의원은 28일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논란이 크다. 모 대의원은 무기명으로 투표했으면서 다시 기명으로 투표하는 등 의혹이 있다. 또 가결 선포 전에 이의제기가 있었는데 이를 묵인하고 가결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비대위를 통해 대응해야 할 부분이 많다. 부결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결국 최대집 의협회장 및 현 집행부에 대한 탄핵안과 비대위 구성이 모두 부결된 상황이지만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최대집 회장과 현 집행부는 탄핵안 부결 다음날인 28일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의사국시 문제 등 현안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함과 동시에 내홍을 조율하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