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에도…신용대출 또 늘어나코로나19 속 부실 규모 파악 어려워충당금 쌓고·은행채 발행…건전성 관리
  • ▲ 올 연말까지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뉴시스
    ▲ 올 연말까지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뉴시스
    올 연말 무렵에는 은행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관리에도 10월 신용대출 잔액이 2조원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권은 신용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하고 연말까지 건전성 지표 관리에 나서는 만큼 대출 문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당국 규제에도… 신용대출 증가세 계속  

    3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128조843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조4563억원 증가한 수치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2조원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올 12월말까지 매월 신용대출 증가폭을 축소해 월별 신용대출 증가폭을 2조원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당국의 이러한 규제 조치에 따라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을 통한 대출 조이기에 나섰으나 오히려 증가폭은 9월보다 늘었다. 지난 9월에는 2조1121억원이 증가했다. 

    금융권은 당국이 본격적으로 대출 관리에 들어간 10월에 증가폭이 오히려 9월보다 증가한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연내 증가세가 쪼그라들지 않으면 언제든 추가 조치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상당수가 부동산·주식과 같은 투자금의 우회 수요로 보고 있다. 때문에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세력을 걸러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은행권 내에서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발표가 잇따르던 8월에 비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 신용대출이 급등했던 것에 비하면 안정적"이라며 "올 연말까지는 한도를 줄이고 금리인하 혜택을 축소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 밝혔다. 

    ◆ 건전성 관리 돌입… 부실 최소화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관리는 현재 은행이 처한 상황과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잠재부실 우려에 건전성 관리에 들어갔다. 이미 연간 신용대출 목표 한도를 채운만큼 '부실'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고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방식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부실이 발생하면 그 위험은 고스란히 은행 몫이 된다. 담보 대출은 해당 담보를 처분할 수 있으나 신용대출의 경우 대규모 연체때 은행의 건전성에 즉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5대 금융지주가 올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반면 5대 은행의 순익은 전년대비 8%나 감소했다. 

    코로나19에 지원차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 역할을 도맡은 탓이다. 동시에 내년 3월까지 이자·원금 상환 유예조치에 따라 부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처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천억원을 충당금으로 마련했으나 진짜 부실은 내년에 가봐야 안다"면서 "이자 연체 여부로 부실을 판단할 수 있었는데 그럴 지표가 사라져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하락이 커 은행이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져 은행의 자본을 실질적으로 잠식시킬 수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