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골든 사이클에 구조적 수익 변화7년여 만에 1조원대 재진입 기대엠블럼 바꾸고 차세대 전기차 투입
  • ▲ 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 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자동차 산업이 코로나19(우한폐렴)라는 전대미문의 경영 위기를 겪는 가운데 기아차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3분기(7~9월) 깜짝 흑자를 내는 저력을 보여준 데 이어 영업이익 1조원대 재진입에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차 골든 사이클’과 ‘구조적 변화’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기아차는 지난 3분기 1조2592억원의 품질 비용(충당금) 발생에도 불구하고 19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6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시장의 전망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성 비용을 제하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셈이다.

    이번 실적 개선은 3분기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회사 측은 “판매 및 수익 구조는 기초 체력의 변화라 할 정도로 특징이 있었다”며 “중장기 노력에서 얻어낸 구조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지난달 26일 실적 발표 당시 “국지적으로 단기간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라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제값 받기’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미니밴 카니발과 쏘렌토 등 주력 신차가 연쇄적으로 나오면서 판매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카니발은 지난달 국내에서 1만2093대가 팔려 현대차 그랜저(1만926대)를 제쳤다. 사상 처음으로 월 판매 1위에 올랐다.

    수익성이 높은 차가 잘 팔리면서 평균판매단가(ASP)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판매장려금(인센티브) 등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인 효과가 있었다.

    기아차가 보여준 ‘반전’에 시장 반응은 뜨겁다. 기아차 주가는 지난달 28일 5만39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같은날 5만3800원까지 뛰었다. 이날은 5만1200원대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차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청치 평균)는 1조17억원이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는 것은 2013년 3분기 이후 7년여 만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인 수익 개선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4분기와 내년에 걸쳐 신차 효과와 가격 상승 등이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탄탄한 라인업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기아차는 내년 초 신형 스포티지와 준대형 세단 K7을 각각 투입하고 새 엠블럼을 적용한다. 이르면 내년 6월엔 전용 플랫폼(E-GMP)을 얹은 차세대 전기차(프로젝트명 CV)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는 2027년까지 7개의 전용 전기차를 출시한다”며 “미래·중장기 전략인 ‘플랜 S’의 본격화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53만대 수준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 판매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기아차는 2015년(52만7500대) 처음으로 국내에서 50만대를 돌파한 이후 줄곧 도약에 실패했다.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은 2016년 기록한 53만5000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는 46만3020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