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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학과장. ⓒ
문재인 정부가 어제(19일) 고민끝에 향후 2년간 수도권 7만가구, 서울 3만5000가구를 포함한 전국에 11만4000여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부동산정책을 내놓았다.
요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물론 전국 중소도시로까지 전세가격 상승이 번지는 가운데 아파트가격은 물론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한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해 두번이나 정책발표를 미뤄오다 드디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전‧월세가격 안정을 위한 전세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연 이번 정책도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급격히 상승하는 전‧월세시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원인을 근본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전세입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 지금 당장 발등의 불만 끄기 위해 숫자 채우기식 공급대책을 또다시 졸속으로 발표한 것은 아닌지해서다.
제조회사들은 물건을 만들때 판매전략으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이번 정책도 전세시장이나 세입자가 원하는 바는 고려하지 않고 정부 생각만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졸속으로 만들어 공급하려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모든 주택을 '다끌'(이전의 부동산 법인과 리츠의 쌍끌이, 개인의 영끌이에 빗대서, 정부가 모든 집이란 집은 물론 호텔 등 상업시설까지 다 끌어모은다는 의미)이 해서 공급하겠다는 이번 정부정책이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3번에 달하는 부동산정책을 발표했지만 매매시장은 물론 전‧월세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아파트가격은 물론 전세가격과 월세가격이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된다. 주간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을 보면 11월 첫째주에 전국이 0.27%. 서울이 0.14%, 수도권이 0.25%로 무려 72주차 동안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의 높은 상승세에 이은 가장 높은 상승세다. 전세시장 불안은 5대 광역시와 지방중‧소도시로까지 퍼졌다. 전‧월세가격 상승은 집없는 사람들의 정상인 경제생활조차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아파트 매매가격도 10월에는 서울과 수도권이 다소 잠잠해지는것 같았는데 11월 들어 전‧월세시장이 불안해지자 주택가격도 다시 상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발표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 불안해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전세입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부동산대책이 될 수 있을까. 또다시 문재인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놓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정책의 골자를 보면 첫째, 3개월 이상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 3만9000여 가구를 전세 형태로 전환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공공전세제도를 신설해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전국 1만8000가구, 수도권 1만3000가구, 서울 5000가구를 LH나 SH가 사들여 공공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매입약정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질좋은 중형 임대' 주택을 향후 5년간 6만3000가구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입주와 청약시기를 단축해 2022년까지 2만6000가구의 공급효과를 내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정부는 11만4000여가구의 임대주택 마련을 위해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 다가구 및 다세대 주택, 오피스텔과 비어있는 상가와 호텔까지 다 끌어 모아 공급에 총동원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요즘 20~30대가 아파트를 사기 위해 '영끌'이라도 하겠다는 절박함을 나타내자 정부도 모든 주거용 건물은 물론 비주거용 건물까지 다끌어 모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조급함과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부동산시장을 무시한 것은 물론 시장참여자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좌지우지하려는 정책을 만들어서다. 그 정책이 어떤 부작용과 문제점을 유발할지 검토나 생각도 전혀 없었다.
이번 대책 역시 부동산시장과 전세입자의 요구사항을 잘 검토하고 파악해서 발표한 대책인지 벌써부터 문제점과 불만들이 불거진다.
첫째, 과연 11만4000여가구의 물량 확보가 가능한지의 문제다. 물론 2년동안 전국에 걸쳐 공급한다고해도 요즘 전세난이 심해지자 국민임대조차 경쟁률이 두배로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3개월이상 공실인 공공임대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전국에 걸쳐 확보하는 물량으로 만일 정상적으로 공급된다해도 서울은 3만5000가구, 수도권은 7만가구인데 이 물량이 차질없이 확보돼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 또한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는 물량도 전세입자들이 살기를 원하는 위치, 그리고 원하는 주택형태로 공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는 대부분 90%이상이 다가구와 다세대주택 등 빌라인데 지금도 공실이 적지 않다. 요즘 세입자들은 대부분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어 정부가 물량공세로 공급하겠다는 공공임대주택이 또다시 공실로 남을 수 있다.
셋째, 호텔 등의 비주거용건물은 전체 공급예정 물량의 3%뿐이라고는 하지만 만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면 주변 생활여건이나 환경문제가 맞지 않을뿐만아니라 호텔의 경우에는 주방시설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이나 환기, 안전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호텔은 중심상업업무지구에 속해 밤중 소음이나 주차문제와 아이가 있는 가구는 유흥업소 등 유해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이번의 공급물량을 확보하려면 1채당 2억~3억이상이 들텐데 전체 임대주택 구입 비용에 대한 예산확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것인가. 임대주택 공실로 적자가 날로 커지고 있는 LH나 SH에 떠넘기고 국민의 세금으로 매꿀 것인가.
다섯째, 전체 소득분위중 상류층만을 제외한 중산층(중위소득 150%)까지 '질좋은 평생주택' 개념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발상인데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임대주택 정책 역사상 전혀 없었던 정책이다.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은 건축은 물론 관리에 많은 정부재정이 투입돼야 하고 결국 그 비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은 스스로 주거안정을 꾀할 수 없는 주택소외계층에 한정해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중산층에게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혜택을 주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이번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최근의 전‧월세시장 불안은 공급부족에서 오는 것으로서 공공임대주택 확대만으로는 서민은 물론 중산층의 전세수요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민간임대시장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것이다.
그예로 과천의 경우 지난주 전국 226개 시‧군‧구중 유일하게 아파트 전세값이 내려갔다. 올해와 내년 수천가구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즉, 전세값 안정은 아파트 입주물량을 높이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전국적인 집값상승과 전‧월세난 등 부동산시장의 난맥(亂脈)상은 부동산시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시장을 역행해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주택공급에 손을 놓고 다주택자 규제 등 수요를 옥죄는 규제로만 일관함으로써 부동산매매시장을 마비시켜 민간에서의 전셋집 공급을 막은 여파와 임대차3법이 올해 전‧월세 가격의 폭발을 일으킨 원인인 것이다.
더 큰 걱정은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의 절반밖에 안된다면 전세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고 일부지역에서는 전세값 폭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할일은 숫자 맞추기 공공임대 공급대책보다 부동산매매시장에서 전세시장으로 전셋집 공급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매매시장의 퇴로를 터주는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약력>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전임교수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위원회 및 국가공간정보유통협의회 심의위원
-(사)대한부동산학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