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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급등하는 아파트 전셋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가구가 넘는 전세형 주택을 공급한다. 사실상 '영끌'(영혼을 끌어모으다)이라 불릴 정도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쏟아냈다는 평가다.
다만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도 수요자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체 임대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민간 임대사업자의 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제외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9일 정부가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가구의 전세형 주택을 공급한다. 2021년 상반기까지 총 공급 물량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4만9000가구(수도권 2만4500가구)를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심지어 빈 상가와 관광호텔 등의 숙박시설을 주택으로 개조해 2022년까지 전국 1만3000가구를 공공임대 방식으로 공급한다. 또 매입약정을 통해 확보한 다세대 등을 전세로만 공급해 주변 시세의 90% 이하 수준의 임대료에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전세'를 만든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은 실제 전세난을 겪는 수요층들이 원하는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정부가 추가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물량 대부분이 다세대·다가구주택이나 원룸 등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가 아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의 전세난은 기본적으로 아파트가 부족해 발생한 일이지만 대책 대부분은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기존 주택을 매입한뒤 임대하겠다고 하지만 시장에 있는 주택의 총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전세물량을 늘리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세비중은 소득을 10등분 했을 때 저소득층(1~4분위)에서 10.9%로 가장 낮았고 중소득층(5~8분위)이 18.7%로 가장 높았다. 고소득층(9~10분위)의 전세 비중은 15.3%였다.
전세난의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에선 중소득층의 전세 비중이 더 커져, 4명 중 1명인 25.3%에 달했다. 전셋집을 원하는 수요층은 사실상 중산층이란 얘기다.
게다가 영구임대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은 민간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과 사회적인식 때문에 수요자들이 꺼리는 것도 문제다. 공실 상가·오피스·숙박시설 물량의 주거용도 전환 적절성도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에서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주거형태인 아파트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며 "전세난의 주범이 1~2인 가구가 아닌데 호텔, 상가 등 1~2인 가구에 집중돼 있고 민간건설의 참여 등도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