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분사 마무리… 협상 본격화 기대LG에너지솔루션, 전지산업협회장 출신 김종현 사장 내정양측 모두 실익 없는 소송전… 최종결정 전후 합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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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부문이 12월1일 별도 법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출범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벌이고 있는 영업비밀 침해소송 합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결정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에서는 LG화학의 새 법인과 SK이노베이션 사이에 극적인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 초대 수장으로 김종현 사장이 내정되면서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결국은 서로에게 생채기만 남길 것이라는 분석도 합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새로 출범함에 따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과 특허침해 소송 등 배터리 관련 소송 일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승계한다. 다음 달부터는 LG화학이 아닌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법정다툼을 벌이는 것이다.양측의 법정다툼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올해 2월 ITC과 SK이노베이션의 패소로 예비판결을 내렸고, 4월 SK이노베이션이 이의제기를 신청하면서 ITC가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최종판결은 10월5일로 예정됐으나,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같은 달 26일로 늦춘 뒤 다시 12월10일로 재차 연기했다.양사는 그간 영업비밀 침해와 여기서 파생된 복수의 쌍방 특허 소송전으로 갈등의 골이 깊다.하지만 최근 LG화학의 분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아직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을 열지도 못한 것으로 알전해졌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의 분사 이슈가 마무리됨에 따라 협상 재개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높게 점쳐지고 있다.특히 LG그룹의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 수장으로 김종현 사장을 내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김 사장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세계 1등을 만든 주역으로, 2018년부터 한국전지산업협회장을 맡는 등 실무 역량부터 정무적 감각까지 두루 갖춰 그룹 안팎의 신임이 두터운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LG그룹 회장실, LG화학 경영전력 담당, LG화학 소형·자동차 전지사업을 두루 거쳤다.배터리 산업 전문 경영인 1세대인 김 사장이 소송 장기화가 LG는 물론, K배터리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중국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데다 자동차 기업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위협요소가 많은 상황이다.게다가 K배터리 산업 주역이자 전지산업협회장을 지낸 김 사장 입장에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그린뉴딜을 K배터리가 완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합의까지 진행될 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은 있다"며 "김종현 사장은 분사 후 성공적인 안착과 향후 상장 등을 위해 소송 이슈를 하루 빨리 끝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종판결까지 가게 될 경우 양측 모두 실익은커녕 부담만 적지 않은 만큼 막판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사 역시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를 우려해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앞서 10월26일 최종판결 연기 결정 당시 LG화학은 "ITC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며 "더불어 경쟁사가 진정성을 갖고 소송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SK이노베이션 역시 "연기와 관계 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할 것"이라면서도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
앞서 ITC로부터 조기패소 결정을 받아든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은 급하다.다음달 ITC의 최종결정에서 원안대로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은 가동이 불가능해진다.SK이노베이션은 포드의 전기트럭 F시리즈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의 대부분을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 조달하기로 예정돼 있다.LG화학은 SK이노베이션보다 유리한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ITC가 중립적 성격의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이 대통령 선거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ITC가 이번 미국 대선의 최고 관심지로 떠오른 조지아주의 분위기를 고려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공익(Public) 여부를 추가로 따져보겠다는 중재안을 낸다거나, 예비결정을 뒤집고 '수정(Remand)' 지시를 내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때문에 일각에서는 다음 달부터 양사가 최종결정을 앞두고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실제 지난주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합의가 임박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과 합의안이 퍼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문에는 합의금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됐다.아울러 SK그룹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넥실리스 등 배터리 소재 회사의 지분과 자산 일부를 현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으며 양사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에 협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양사 모두 이 같은 소문에 부인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라고 말했고, LG화학 측은 '왜 이런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러나 실제로는 배상금을 둘러싼 양사의 시각차가 커 일단 ITC의 발표 전까지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시간도 촉박해서 합의를 하더라도 ITC 최종결정 이후 60일간의 유예기간 동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한편, ITC의 최종결정이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대두됐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최근 다른 ITC 소송 결과도 계속 미뤄지고 있어서다. 20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이고 있는 보톨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최종결정도 12월16일로 세 번째 연기됐다.ITC 결정이 연기되면 그만큼 양사는 합의까지 시간을 더 벌수도 있는 셈이다.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이 크겠지만, ITC가 대선 이후 정권 교체기에 민감한 판결을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며 "배터리 소송도 미국 내 공장 가동중단이라는 변수가 있는 만큼 내년 초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최종결정이 연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