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판 임박'기각'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가속도 '인용' 빅딜 무산-채권단 관리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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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항공산업이 빅딜로 재편될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지 기로에 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인 KCGI가 제기한 한진칼 3자배정 유상증자 관련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 판단이 이르면 오늘, 늦어도 내달 1일 나올 예정이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가속화된다. 세계 7위권의 대형 항공사로 재탄생, 국내 유일의 FSC(Full Service Carrier) 체제가 된다. 아울러 LCC(Low Cost Carrier)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져 메가 저비용항공사도 등장하게 된다.

    인용될 경우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이는 사실상 빅딜이 무산되는 것을 의미하며, 아시아나는 채권단 관리체제가 된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수반되고 대규모 혈세가 투입될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 역시 기안기금 등으로 힘들게 독자 생존해야 한다. 양사 휘하에 있는 3곳의 LCC들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어 자칫 항공산업 전반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 판단의 핵심은 신주발행의 목적과 정당성, 대안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이다.

    상법 418조 2항에는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 배정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한진칼 정관에는 ‘긴급한 자금 조달이 필요할 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KCGI는 이번 한진칼 3자배정 유증이 재무구조 개선 목적 보다는 산은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CGI 측은 “조원태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 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한진칼 3자배정 유증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항공업 재편이 공정한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이다.

    KCGI 측은 “항공업 재편은 주주와 임직원, 관계당국, 국민, 항공업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산업은행은 가처분이 인용돼 딜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법원을 겁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산은과 대한항공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빅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방안 등 구조조정 3대 원칙을 지키며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진칼에 주주로 참여해야 한진그룹의 건전성과 윤리성을 감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정치적 색안경을 끼지 말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봐달라”며 직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금융위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우리 항공업이 정상화를 위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투자구조에 대한 일부 우려와 관련해선 국유화를 방지하고 효율적 관리를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항공업이 코로나19 등으로 붕괴에 가까운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항공업을 지키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도 가처분이 인용되면 한진칼 유증이 막히고, 인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며 거듭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을 호소했다.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연말까지 긴급히 필요한 6000억원의 자금 조달도 불가능해진다”며 “신용등급 하락 및 각종 채무의 연쇄적 기한이익 상실, 자본잠식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면허 취소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까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도, 사실관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투기세력의 욕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이 위기에 처했다”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까지 발목이 잡힐 위기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처분이 기각돼 내달 2일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에 산은이 5000억원을 납입하면 10.66%의 신주를 갖게 된다. 반면,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과 KCGI를 비롯한 3자연합 지분율도 각각 약 36%, 약 40%로 준다.

    항공산업 재편과 더불어 오랜기간 끌어 온 한진칼 경영권 분쟁도 막바지에 다다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