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에너지기업 성장 공로… 네 번째 임기LNG 밸류체인-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다각화 성공에너지솔루션-액화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도약 기대또 다시 떨어진 '재무안정성-이익창출력' 풀어야 할 숙제
  • ▲ 유정준 SK E&S 부회장. ⓒSK E&S
    ▲ 유정준 SK E&S 부회장. ⓒSK E&S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SK E&S를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 에너지 계열사 CEO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앞으로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 예정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최종 협의, 발표했다. 인사에서 2013년부터 SK E&S를 이끌고 있는 유정준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이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의 전면에 유정준 부회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SK그룹의 에너지 사업은 정유(SK이노베이션)가 대표해왔으나,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는 만큼 앞으로 SK E&S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최 회장이 SK E&S와 유 부회장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부회장은 이번 연임으로 네 번째 대표이사 임기를 맞게 됐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상당한 장기 집권이지만, 그가 일궈낸 성과를 고려하면 연임의 이유는 충분하다.

    1962년생인 유 부회장은 SK그룹 내 대표적인 에너지 전문가이자 글로벌 협상 전문가로 손꼽힌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 에너지·화학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최태원 SK 회장을 도와 굵직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했다.

    초창기에는 재무·회계 분야에서 능력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글로벌 협상 및 투자전문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중국 시노펙, 쿠웨이트 KOC 등 해외 주요 에너지 국영기업들과 사업을 협력하고 다양한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해 성과를 냈다.

    글로벌 인맥도 화려하다. 세계 에너지 대통령으로 불리는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총재, 미국 셰일가스의 아버지 헤롤드 햄 콘티넨탈리소스 회장과 막역지간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3년 SK그룹의 최대 위기였던 '소버린 사태' 당시 중동 에너지 업계 거목들과의 인맥을 활용, KOC를 SK㈜의 우호적 투자자로 유치한 것은 유 부회장의 큰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2013년부터 SK E&S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유 부회장은 SK E&S의 에너지사업 포트폴리오를 도시가스와 집단에너지 등 기존 발전원에서 LNG(액화천연가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다양한 에너지로 다각화했다.

    무엇보다 LNG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 우드포드 등 해외 가스전 개발, 프리포트 LNG 도입, 보령 LNG터미널 구축, 수송선 확보 등 LNG 밸류체인을 완성하는데 공을 기울여왔다.

    실제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천연가스전 개발과 약화·기화 인프라 구축, 운송·발전사업에 이르는 LNG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현재 SK E&S가 운영하거나 개발하고 있는 200㎿가량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가운데 유 부회장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은 900㎾급 함안 태양광발전소와 3㎿급 창원1 태양광발전소 뿐이다.

    SK E&S는 9월 새만금개발청이 진행하는 200㎿ 규모의 새만금 수상 태양광발전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최대 수상 태양광사업자로 발돋움할 기회까지 마련해뒀다. 또 전남 신안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솔루션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17개 사업장에 약 354㎿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를 운영 중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345㎿h 규모로 ESS 기반의 가상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7월 미국 태양광 ESS 설치 1위 기업인 선런社와 가정용 에너지솔루션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 ▲ 시운전 중인 첫 민간 LNG 수송선. ⓒSK E&S
    ▲ 시운전 중인 첫 민간 LNG 수송선. ⓒSK E&S
    유 부회장은 SK그룹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도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2014년 에너지기업으로서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고수익을 내고 있던 석탄발전소 2곳을 매각했다. 또 사회적 가치(SV) 경영을 위해 청년 창업 프로젝트인 '로컬라이즈 군산'도 지속 지원하고 있다.

    유 부회장은 향후 글로벌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사업, 수소 사업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 영역으로의 투자를 지속해 SK E&S를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대표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최근 SK그룹은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아 SK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는데, 추진단에서도 SK E&S의 역할이 클 전망이다.

    SK E&S는 2023년부터 연간 3만t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해 수도권에 액화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연간 300만t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LNG 사업자로서 대량 확보한 천연가스를 활용,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t 규모의 블루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SK E&S 측은 "유 부회장은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갖췄다"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수소사업 등 성장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가 있고, 기대가 적지 않은 만큼 선결과제도 남았다. 또 다시 저하되고 있는 재무안정성과 그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우려다. 앞서 SK E&S는 대규모 투자 지속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2017년 11월 67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SK E&S의 3분기 기준 부채는 6조6991억원으로, 2018년 5조229억원에 비해 1조6761억원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129%에서 158%로 지속 악화하고 있다.

    차입금 역시 3조4701억원에서 3조9798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차입금의존도도 89.7%에서 94.4%로 높아졌다.

    유동성 리스크도 우려된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104%에서 86.1%로 낮아졌으며 단기차입금 비중은 17.0%에서 33.6%로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전력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급락 등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되면서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만큼 언제든 유동성 우려가 불거질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여기에 9월 5000억원대의 중간배당을 결의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압박이 심해졌다. 최근 2년간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2조원에 달한다.

    이에 나이스신용평가는 SK E&S의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모니터링을 통해 신용등급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이스신평 측은 "발전 부문 이익창출력이 약화됐고, LNG사업 관련 실적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과중한 배당 및 투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재무적 완충력이 약화돼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3분기 SK E&S의 영업성적은 지난해에 비해 부진했다. 매출액의 경우 4조7564억원에서 4조1837억원으로 12.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608억원에서 1185억원으로 74.2% 급락했다.

    한신평 역시 "확정된 투자계획 외에도 LNG사업 확대에 따른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추가적인 대규모 배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자금유출 규모와 재부 부담 변화 추이 등을 검토해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영업현금창출력 대비 재무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실적 변동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