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지펀드 LG에 계열 분리 반대 서한LG "전자, 화학, 통신 집중… 주주가치 높아질 것” 상법 개정안, 우려 목소리… 기술-경영 침해 심각재계, 시행 시기 최소 1년 이상 유예 등 보완입법 촉구 호소
  • 기업규제(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해외 자본의 간섭이 본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LG 측에 계열 분리 반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에는 LG그룹의 계열분리에 대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인 만큼 반대하는 입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박스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지니먼트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끄는 펀드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제기된 만큼 보여주기식 액션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화이트박스의 지분율은 0.6% 정도로 미미해 화이트박스가 LG그룹의 경영권에 실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 측은 "이번 분사로 전자, 화학, 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도 이번 계열 분리로 LG의 사업 집중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분할 결정이 LG 배당정책 및 수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고 미래 성장동력인 이차전지 및 전장부품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시장 불확실성도 해소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LG의 경우 기존 주력사업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통해 신사업 발굴 등을 추진해 성장성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시점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2~3년전에도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앨리엇의 딴지걸기를 경험한 만큼 법 개정에 따른 외국 자본의 경영 침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일명 '3%룰'이다.

    그간 주주총회에서는 이사를 선임한 뒤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었지만 개정안에는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까지 제한하도록 했다. 

    다만 정부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완화했지만 재계의 걱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위원의 경우 자료 조사권과 정보 요구권을 가지고 있어 기업의 핵심 기술이나 전략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해외 자본의 지나친 경영 간섭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클 수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시총 상위 10대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1%다. 이 가운데 '개별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 행사 가능한 지분율의 평균은 5.52%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 평균은 38.12%에 달한다.

    이 때문에 외국계 투기 펀드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시행시기를 1년 늦추는 등의 보완 입법을 재차 축구하고 나선 상태다.

    앞서 지난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4단체는 국회에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등에 대한 보완입법을 요청했다.

    단체들은 "경제계에 치명상을 입히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통과돼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암담하다"며 "최소 몇가지만이라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보완입법으로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시행시기의 최소 1년 이상 유예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규정  ▲분리선임되는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이사자격에서 제외 등을 요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방어권은 무력화될 수도 있다"며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면 기업들의 대응력에도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