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독감 항원검사·폐렴구균 백신 등 동네의원이 병원보다 비싸 의협 “비급여 항목 사적 자율성 외면… 관치의료적 발상”첫 도입 비급여 사전설명제도 역시 의-정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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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국민 알권리 보장을 목표로 내년부터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기관을 기존 병원급 이상에서 의원급으로 확대한다. 이를 두고 개원가는 의료질을 감안하지 않은 ‘가격 통제’ 수단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및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지침’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핵심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다. 이는 의료기관의 주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비용 정보를 연간 단위로 조사해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 병원급에서 의원급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6월에는 의원급 비급여 금액도 포함된 자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등에 게재될 예정이다.

    공개항목은 현행 564개에서 B형간염, 일본뇌염 등 예방접종료, 인레이·온레이 간접충전, 하지정맥류 등을 포함한 총 615개로 확대했다. 실시빈도 및 비용, 의약학적 중요성, 사회적 요구도 등 전문가 및 시민자문단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한 결과다. 

    복지부는 행정예고와 동시에 지난 10월 6일부터 30일까지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시범사업 결과를 공개하며 범위 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65,464개소, ‘20.7월말 기준) 중 자료를 제출한 총 7373기관을 대상으로 432항목(비급여 진료비용 401항목, 제증명수수료 31항목)을 조사했는데, 일부 항목은 병원보다 비급여 최고금액이 가격이 더 비쌌다. 

    인플루엔자 A·B 바이러스 항원검사(현장검사)의 경우, 최고금액이 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은 5만원대를 유지한 반면 의원급은 8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타 종별은 모두 7만원대 이하였지만, 의원급은 20만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치료재료 중 조절성 인공수정체 역시 의원급이 500만원을 받아 가장 비싼 금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종합병원은 절반 수준인 230만원이었다.

    내년에 처음 도입하는 ‘비급여 사전설명제도’는 비급여 진료 전에 비급여 제공항목과 가격을 미리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는 환자가 진료의 필요성과 비용 등을 고려해 해당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복지부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의료기관의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제도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계와 시민단체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행정예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의료계, 단순 가격비교… 빈도 계산해 ‘비급여 통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비급여 공개제도 확대와 사전설명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비급여 취지에 맞지 않는 ‘가격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변형규 의협 보험이사는 “비급여 항목은 엄연히 시장의 논리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되는 사적영역의 성격이 강하다. 급여항목과는 그 성격과 취지가 엄연히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비급여 진료비 가격은 환자의 상태나 치료방식, 경과 등에 따라 의료기관별로 상이하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데, ‘단순 가격비교식’의 비급여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국민 알권리가 아닌 불신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변 이사는 “일례로 도수치료의 경우는 환자의 상태와 부위마다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데, 금액만 비교하다보니 왜곡될 소지가 충분하다. 의료의 질적인 측면을 감안하지 않은 관치의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급여 공개제도 의원급 확대 시행에 앞서 정부가 일부 의원급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비급여 행위에 대한 ‘빈도수’를 기입하라고 했다. 이는 단순 금액비교에 더해 모든 비급여 항목을 통제하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비급여 사전설명제도 역시 과도한 조치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정부는 사전설명을 시행하는 주체를 ‘의료기관 개설자’에서 ‘병원급·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과 함께 의료기관 종사자’까지 범위를 넓혀 의사들의 업무적 부담을 줄이고자 했지만, 의료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심리적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 이사는 “지금도 비급여 고지를 비롯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데, 관련 내용이 고시에 담기게 되면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추후 어떠한 행정적 페널티가 부과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환자를 진료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