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노위 조정결렬, 노조 파업절차 돌입 예고'공동선언‧경영평가 개선‧주52시간 준수 방안' 이견使 "경영평가 단체교섭 대상 아냐…별도 논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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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사가 윤종원 은행장 취임 이후 1년여 만에 격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는 임금단체협상을 놓고 답보상태다.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21일 임단협 관련 중앙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회의를 거쳤으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조정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노조는 파업을 위한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조만간 파업찬반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노사는 임금인상률 등 단체협약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월 노사 간 합의한 6대 공동선언 이행과 경영평가 개선, 주52시간 준수 방안에서 마찰을 빚었다.
노조는 이 안건들이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결부돼 임단협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사측은 임단협과 별개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노조가 이처럼 임단협 안건 확대에 나선 이유는 지난 8월과 11월에 진행한 직원 대상 설문조사의 영향이 크다.
기업은행 노조는 직원 529명을 대상으로 52시간 초과근무에 대한 실태평가와 영업점의 경영실태 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직원 10명 중 6명은 “은행장 취임 이후 근무시간이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 악화되지 않았다고 답한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한 직원의 72%는 그 원인으로 ‘은행장 주재 회의, 보고, 행사준비’를 꼽았다. 윤 행장이 취임한 이후 불필요한 각종 회의와 보고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주52시간 초과근무도 확인됐는데 기업은행의 17개 본부 중 16곳이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 개별적으로 보면 4명 중 1명이 주 52시간 초과근무를 경험했다.
또 설문에 참여한 직원 91%가 경영평가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직원들은 경영평가 달성을 위해 변종 꺾기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경영평가 항목 중 하나인 ‘개인고객 좌수 평가’를 개선해달라는 주장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중소기업고객이 대부분인 기업은행은 거래를 맺은 중소기업 대표들을 통해 해당 기업 직원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개인고객을 늘려 경영평가 목표를 달성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은행들이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실시하면서 꺾기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꺾기란 금융 기관에서 대출을 해 줄 때, 고객에게 다른 금융상품을 가입하게 하는 일종의 불공정행위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코로나19 대출 관련 은행의 자체점검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1·2차 대출 67만7000여건 가운데 대출 집행일 기준 전후 2개월 내에서 다른 금융상품과 함께 가입한 대출은 22만8000여건(약 34%)에 육박했다.
변종꺾기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조사됐다. 기업은행의 변종 꺾기 건수는 9만6000여건으로 전체 변종 꺾기의 42.1%를 차지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같은 불공정영업행위가 지속되면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위반될 수 있으므로 경영평가를 개선하자는 주장이다.금소법 시행령에 따르면 6대 판매 규제 중 불공정영업행위는 판매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요구를 금지하고 있으며, 어길시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은 취임 당시 노조와 합의한 사안들을 이행하지 않았고 올해 하반기 영업점에 과도한 목표량을 부과해 직원들이 근로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중노위 조정이 결렬된 만큼 파업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평가제도는 경영의 고유영역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영평가제도 개편을 위해 전 영업점의 현장 의견을 수렴중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행원 개인에 대한 업무 평가를 하지 않는 시중 은행은 없다"고 우려했다.한편 윤 행장은 올해 1월 취임 당시 ‘낙하산 행장 반대’를 외치는 노조와 대립하다 ‘6대 공동선언’에 합의한 후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