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기대감에 달러 치솟아… 1400원 돌파 주목11월 한은 기준금리 결정에 환율 주요 변수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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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달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초박빙이다. 민주당은 ‘중산층, 노동에 대한 보상’을 목표로 법인세 인상, 부유층‧대기업 증세, 중산층‧저소득자 감세를 제시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공화당은 법인세율‧개인소득세 인하, 상속세 면제 한도 확대 등 ‘규제완화와 포괄적 감세’ 정책을 추진한다. 누가 당선되든 미국 대선 결과는 국제 정세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선이 금리, 환율, 채권, 가상자산 등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강달러에 휘둘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에 힘이 실렸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도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를 거침없이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말 13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90원대를 넘나들며 출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시 환율이 단기적으로 145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널뛰는 환율은 결국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변수로 급부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와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다음 달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美 대통령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연말 환율 차이 50원 예상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9원 내린 1384.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 때 1390원대를 넘어섰지만 오후들어 낙폭을 확대하며 1380원대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9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7월 22일(1390.0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은 미국 경제의 상대적 강세,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 미·중 갈등 우려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유로‧엔화의 약세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주요 경제 정책들이 달러 강세의 촉매제가 됐다. 

    트럼프는 경제정책으로 경제회복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미국 우선주의 경제를 내세웠다. 인플레이션 완화를 통한 금리 정상화,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한 가계소비 절감, 2017 트럼프 감세 확대‧연장을 통한 법인세율 인하, 개인 소득세 인하, 상속세 면세 한도 확대 등 규제 완화와 포괄적 감세 정책이 핵심이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미국 내 물가가 상승하고, 물가가 상승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강달러 요인이 된다. 

    실제 2016년 11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달러가 치솟았었다. 

    당선 이후 2개월 사이에 달러 가치가 6%가량 급등한 전례를 감안할 때 이번에도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강력한 이민규제는 물가상승과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이 같은 달러 강세와 엔화, 위안화 동반 약세, 3분기 국내 GDP(국내총생산) 쇼크, 외국인의 국내 주식순매도 지속,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약세 요인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주 원‧달러 환율 예상범위를 1360~1420원으로 예상하면서도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하는 것만으론 신용리스크 부각 등 위험 시그널이 아니라고 봤다. 

    박 연구원은 "1400원 진입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신용 리스크 안정세 등을 고려할 때 1400원 진입이 큰 위험 시그널은 아니며, 단기적으로 이스라엘·이란 간 리스크로 인한 유가 추가 상승 폭이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달러는 현재에 비해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부가 아닌 노동에 대한 보상’을 목표로 법인세 인상,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시행 등 부유층과 대기업 증세, 중산층 및 저소득층 감세를 제시하는 등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반대하면서도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 대해 표적 과세를 추진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해리스 공약이 트럼프와 대조적이고 불확실성이 덜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비교적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연구소은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환율이 50원 정도 차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진옥희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1310∼1400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1350∼1450원을 제시했다.

    진 연구원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정책 불확실성 경계감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높은 흐름을 보이겠지만 10월 중순부터 트럼프 트레이드가 반영돼왔음을 고려하면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은 통화정책 변수로 떠오른 환율… 이창용 “11월 금통위 때 환율 고려”

    환율 급등에 한국은행 통화정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내달 기준금리 결정 시에도 환율이 고려 요인에 포함되는 등 이창용 한은 총재도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D.C.에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기재부 동행기자단과 만나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며 “환율이 11월 금리 결정에 고려 요인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출 성장률 둔화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 현재 진행 중인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효과, 미국 대선이 끝나고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언제까지 지속될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고환율 추세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통화정책에 환율을 고려하면서 내달 금통위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통상 수입 물가를 끌어 올리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끼친다.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4월 환율이 장중 1400원 선을 넘어섰을 당시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서며 환율 안정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