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대출금리 전결권 연말까지 중단… 사실상 대출영업 손놔11~12월 대출 관련 KPI 산정 안해… 대출영업 동기 약화 보험사 인수 위한 자본비율 관리‧금융당국 가계대출관리 동참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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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이 연말까지 가계 및 기업 대출의 빗장을 걸어 잠근다. 

    사실상 대출영업을 전면 중단한 셈으로, 본사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영업을 틀어막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동참하고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사 인수를 위한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은행과 거래 중인 선의의 금융소비자들이 대출 전면 중단에 따른 피해를 받게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전 영업점에 ‘그룹장 여신금리 전결권’의 '영업점장 일부 위양'을 일시 중단한다는 내용을 통지했다. 기간은 11월부터 12월 말까지다. 

    이는 신규 대출뿐만 아니라 연장과 재약정, 보증서담보대출에 대한 영업점(장) 차원의 우대금리를 모두 중단하는 것으로, 대출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측은 대출금리 전결권을 일시 중단하는 배경에 대해 "4분기 자본비율 관리 목적과 여신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한시적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또 11월부터 신용대출 9종의 차주별 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최대 150∼200%에서 100% 이내로 제한한다.

    대상 상품은 우리 WON하는 직장인 대출, 우리 주거래직장인 대출, 우량 협약기업 임직원대출(PPL), 우리 WON 갈아타기 직장인대출, 우리 WON 플러스 직장인대출, 우리 스페셜론, 첫급여 신용대출, 씨티대환 신용대출, 기업체임직원 집단대출 등이다.

    앞선 지난 25일부터는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우대 금리를 1.0∼1.9%포인트(p) 축소했다. 

    ◇기업대출 핵심성과지표 10월 마감… 자본비율 관리 급선무

    이와 맞물려 직원들의 대출 관련 KPI(핵심성과지표) 산출도 10월 말 기준으로 마감된다. 직원평가에 11~12월 기업대출 성과가 포함되지 않는 만큼 직원들로선 대출영업에 나설 동기가 줄어들게 된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전사적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에 발을 맞추려는 의도도 있지만 보험사 인수를 위한 자본비율 관리가 핵심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 변경 등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보험사 인수를 위해서는 적정 자본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다른 은행 대비 낮은 자본비율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로 전년 말과 동일하다. KB금융(13.85%) 신한금융(13.13%) 하나금융(13.17%)보다 1%포인트 이상 낮다.

    우리금융은 내년까지 CET1 비율을 12.5%로 높일 계획이다. 

    또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추가 자본확충을 할 수 있고, 부채 할인율로 인한 계약서비스마진(CSM)과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라 고강도 자본비율 관리가 절실하다. 

    주주환원 확대도 자본비율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자본비율 유지를 위해서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중요해 대출 성장률 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강도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 오는 11월 중 경영실태평가 발표도 앞두고 있다. 

    경영실태평가 결과에서 종합등급이 3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우리금융이 구상하는 비은행 강화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은행과 그룹 모두 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그룹의 보험사 인수를 앞두고 자본비율 관리가 중요한 시기에 가계와 기업대출이 큰 폭의 성장을 보이면서 연말 대출관리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부득이하게 대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 고객 피해 불가피… 신규는 물론 연장도 어려워 

    우리은행의 대출금리 제한으로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고객들의 대출 연장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일선 영업점에서는 기존 고객들이 대출을 갈아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은행 한 직원은 “연말 대출 연장을 앞둔 고객들은 높은 금리로 우리은행에서 연장하는 대신 더 싼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우량고객을 뺏기게 되는 것”이라며 “연말까지 여신 5조원을 줄여야 한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던 우리은행이 고객 밀어내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은행 방침으로 인해 관리하던 고객이 이탈하게 되면 앞으로 고객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