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수요예측… 최대 4천억 발행탄산칼슘-고체유황 등 '친환경 신사업' 드라이브
  • 현대오일뱅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ESG채권을 발행한다. 앞서 탄소중립 그린성장 전략을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제품화 등 친환경 신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첫 회사채를 녹색 채권(Green Bond)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규모는 2000억원으로, 20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규모를 최대 4000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주관업무는 KB증권이 맡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공모채를 ESG채권의 한 종류인 그린본드로 발행할 예정이다. ESG채권은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회사채다. △녹색 채권 △사회적 채권(Social Bond) △지속가능 채권(Sustainability Bond) 등 국내 크레딧 시장에서 핫이슈 중 하나다.

    매년 회사채로 수천억원을 조달하는 현대오일뱅크가 ESG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운영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공모채 시장을 찾았으나, 사회적 책임 투자를 위해 ESG채권을 찍은 적은 없다.

    지금까지 회사채 발행 누적잔액은 약 2조6300억원이다. 지난해에도 2월과 7월 두 차례 공모채를 발행해 8000억원을 마련했다. 3월, 9월, 10월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사모채로 총 5300억원을 확보하는 등 투자 수요에 맞춰 조달 형태를 다변화하기도 했다.

    사상 첫 ESG채권 발행 결정은 현대오일뱅크의 중장기 핵심전략인 '친환경 경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탄소 배출량에 대한 단계적 감축 △이산화탄소 제품화 사업 추진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사업 진출 등의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 그린성장'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이번에 조달되는 자금으로 탈황 인프라 증설과 기존 공장의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저감해주는 시설 보완에도 투입한다.

    특히 친환경 신사업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품화하는 기술 개발사업과 메탄올 제조기술 상용화 등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 협력업체와 공동 연구를 통해 공장 가동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 등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탄산칼슘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태경비케이와 손잡고 하반기까지 300억원을 투자할 목표도 세웠다.

    이를 통해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부산물로 탄산칼슘을 제조하는 친환경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방침이다. 탄산칼슘은 시멘트 등 건축자재와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의 원료로 폭넓게 사용되는 기초 소재다.

    현대오일뱅크는 제품 판매와 이산화탄소 저감으로 영업이익이 연간 100억원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하반기부터 해당 기술을 순차적으로 상용화해 연간 54만t의 탄소 절감 효과와 상용화가 완료되는 2030년부터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은 우리 실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생산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그간 정유사들은 태양광이나 LNG설비를 도입하는 등 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하지만 이번 사업모델은 온실가스 저감에서 더 나아가 이를 고부가가치 제품 원료로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탄산칼슘은 각종 산업 현장에 널리 쓰여 수요가 안정적이며 자연에서 채굴한 석회석을 가공해 만드는 것과 비교해 원가경쟁력이 우수한 만큼 장기적으로 해외 정유사 등에 기술 판매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 충남 서산시 소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현대오일뱅크
    ▲ 충남 서산시 소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현대오일뱅크
    이와 함께 국내 정유사로는 처음으로 고체(Granule) 유황 사업에 진출한다.

    정유사 입장에서 유황은 '골칫거리'다. 원유 정제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유황은 처리가 어려워 대다수 화학비료 원료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부산물로 얻게 되는 액체 형태의 유황은 저장과 운송이 까다로워 장기 보관과 이동이 불가능해 국내 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부 중국으로만 수출이 가능한 실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유황의 고부가가치화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사업화를 위한 연구에 나섰다. 고체화 기술을 도입해 사업화에 성공한 유황은 높은 안전성과 이송의 편리성 등으로 시장에서 통상 액체 제품에 비해 20~30%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연산 15만t 규모의 친환경 공장을 건립해 3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고체화로 원거리 운송이 가능해진만큼 그동안 판매가 어려웠던 중국 내륙과 남미, 동남아시아, 호주 등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기차 충전소도 3년 내 10배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직영주유소 20곳에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를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차지인과 도심권 주유소에 100㎾급 이상 충전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외에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전기 화물차 시장 선점을 위해 유통업체 물류센터에 전용 충전소를 설치하고 접근성 좋은 드라이브스루 매장, 대형 편의점에도 진출해 전국적인 전기 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시설의 경우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화물차와 택시 운전자에게는 심야 시간 값싸게 충전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퇴근 고객에게는 대기 시간 없이 신속한 충전이 가능한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제조업체와 제휴해 △프리미엄 세차 △공유 주차 △차량 렌트 △경정비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공장 운영도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한다. 2024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3기의 중유보일러를 LNG보일러로 교체한다. 또 한국전력공사 등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도 2050년까지 전량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해 연간 총 108만t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4분기에도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유가 급락, 정제마진 침체 등으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는 정유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셈이다.

    대신증권의 실적 전망치를 보면 현대오일뱅크는 4분기에 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기 352억원에서 두 배가량 점프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44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