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훈 교수發 ‘MMR 백신’ 투여 논란… 논문 있지만 ‘근거 부족’감염내과 교수들 “항원·바이러스 달라… 대체 적용 불가능”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 백신접종 완료 ‘3분기’ 관측 등 불안감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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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역·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방어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항원과 바이러스가 다른데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판단이며, 코로나 백신을 대체할 묘책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MMR 백신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국훈 화순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코로나 대응에 있어 유효성이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홍역 등의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비슷해 MMR 백신이 항바이러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의 캠브리지대학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당단백 돌기의 염기서열이 홍역·볼거리·풍진 바이러스와 비슷하며 그 중 풍진과 가장 가까워 두 바이러스간 교차 항체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MMR 백신의 코로나 대응은 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다. 국 교수는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등 의학회 차원에서도 권위있는 인물이다. 

    그의 주장이 순식간에 퍼져 나간 이유는 국내에서 백신접종 완료시점이 빨라야 3분기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즉, 우선접종 대상이 아닌 일반국민의 경우는 접종이 미뤄져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전국민의 60% 이상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때 나타나는 집단면역효과를 기대하기엔 올 하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 효과가 기대되는 안전한 MMR 백신 접종을 우선 시도해보는 묘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위험군뿐만 아니라 접종 순위가 낮은 건강한 성인도 접종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MMR 백신으로 대체, 과학적 근거 부족 

    사실 그가 꺼내든 대안은 솔깃하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코로나 백신이 아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백신으로 일단 대응하자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문제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영역에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홍역 등에 쓰이는 MMR 백신을 코로나 대응에 쓰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다. 일각에서 교체 항체 반응을 일으켜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항원도 바이러스도 다르다. 그런데도 백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섣부른 주장에 불과하다. 더욱이 아이가 아닌 성인도 맞아야 한다는 것은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진원 교수(중앙대병원 감염내과)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이어갔다. 

    정 교수는 “전세계 학자들은 코로나19 백신이 과연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변형이 있어도 효과가 있을지 연구하고 있는데, 전혀 다른 바이러스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료진을 포함한 병원 직원들은 MMR 백신을 입사과정에서 접종한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필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부분이다. 

    MMR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기여한다면, 의료진 감염 건수가 현격히 적거나 없어야 하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결국 코로나19 백신 대체재로 활용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방역당국도 MMR 백신과 관련해 조심스런 입장을 고수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MMR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나 중증도를 낮춘다는 보고가 논문으로 발표된 것은 있지만 임상시험이 이뤄진 것이 없다. 코로나19 백신을 대체할 정도의 근거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