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당뇨’ 명확한 구분 필요… 호주식 ‘비콘 클리닉’ 대안 최신 약제 사용 편하지만 ‘실질적 치료성과’는 낮은 상황 ‘동네의원-센터-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유기적 의뢰회송 필수
  • ▲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아주대병원
    ▲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아주대병원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생활이 늘어남에 따라 당뇨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외 논문(내분비학 프런티어 등)이 발표되면서 견고한 관리체계가 요구되는 시기다. 하지만 국내 당뇨병 관리체계는 경증으로 국한된 실정으로 적극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김대중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대한당뇨병학회 연구책임자 자격으로 ‘당뇨병 관리 지원’ 모형 개발을 주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쟁점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은 건강보험 제도권 내에서 비교적 제약 없이 최신 약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당뇨병 치료 및 조절률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이는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적절한 관리체계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당뇨병으로 인한 입원율은 인구 10만 명당 245명으로 OECD 평균 129명의 2배 수준이다.

    특히 당뇨병으로 인한 직접의료비용의 50% 이상이 입원비용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중증 당뇨병 환자에 대한 제도적 틀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본지를 통해 “정부가 당뇨병 관리에 있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만성질환관리제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는 등 문제 인식은 하고 있지만, 시범사업만 잔뜩 펼쳐놓은 상태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뇨병 환자는 여러 분과별로 분포한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재입원 또는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증 당뇨병 환자의 체계적인 당뇨병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진행하면서 당뇨병 환자는 동네의원에서만 진료를 봐야 한다는 방향성을 잡고 있다. 일례로 상급종합병원에 당뇨로 진료를 받으러 가면 본인부담 100% 등 페널티가 존재한다. 

    사실 제도권 내 중증 당뇨병의 정의도 불명확한 상태다. 지금은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고 이 과정에서 제도적 개입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당뇨병학회 차원에서는 중증 당뇨병 환자를 ▲제1형 당뇨병 환자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 치료자 ▲당뇨병성 케톤산 혈증 ▲고삼투성고혈당증후군 ▲저혈당으로 진단받은 환자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암으로 진단받거나 이식한 환자 ▲대혈관합병증 등으로 구분했다. 

    이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중증 당뇨병 환자가 의원을 이용하는 비율은 46%였으며 종합·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비율은 43%로 확인됐다. 중증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는 체계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지표로 해석된다. 
     
  • ▲ 호주에서 운영 중인 비콘 클리닉. ⓒ국민건강보험공단
    ▲ 호주에서 운영 중인 비콘 클리닉. ⓒ국민건강보험공단
    ◆ 호주식 당뇨관리 ‘비콘 클리닉’ 벤치마킹 필요 

    대안은 중증 당뇨병 환자의 포괄적 관리 모형을 구축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호주에서 적용 중인 ‘비콘(Becon) 클리닉’을 좋은 예시로 꼽았다.

    그는 “비콘 클리닉은 당뇨병 환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교육상담을 수행하는 센터다. 동네의원에서 일정 주기별로 환자를 의뢰해 현 당뇨병 상태에 대한 포괄적 평가를 내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호주 정부는 총 9가지의 평가를 비콘 클리닉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혈당조절 정도, 지질조절 정도, 발관리 상태, 망막 선별검사, 혈압조절 정도, 신장기능 상태, 식사습관 및 영양관리 상태, 정신심리학적 평가, 환자 및 가족 자가관리교육이 포함된다. 

    현재 국내에서도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하며 당뇨병 환자의 종합적 평가와 케어플랜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종합평가 체계를 유지하기에 미흡한 상황이므로 비콘 클리닉을 벤치마킹해 적용하는 것이 개선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교수는 “센터 기능을 활성화해 당뇨병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시기다. 그래야만 무방비로 늘어나는 당뇨 발병률, 또 중증 환자를 줄일 수 있는 선제적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를 의뢰받은 센터에서는 환자를 평가 및 직접 관리를 수행하고 다시 동네의원으로 회송해 환자관리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때 평가 결과와 새로운 치료방침 등을 환자 담당 의사에게 설명해 주는 회신서를 작성하는 등 체계적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