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새 CEO, 자본시장서 물색… 리츠 재추진 무게이마트 성공 본 롯데쇼핑, 컨설턴트 출신 '전진 배치'업계 보수적 인사 문화 변화… 전문가 영입으로 위기 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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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 CEO(최고경영자)들이 고난도의 경영시험대에 서게 됐다. 코로나19라는 피할수 없는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고객들의 대형마트 외면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경영 내공을 드러낼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 신화를 쓴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이달 중순 회사를 떠났다. 임기 3년 3개월 만이다. 재무와 유통을 두루 아우른 경력으로 그간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퇴장이다.임 대표는 사임 이유로 ‘개인적인 일신상의 이유’라고 공개했지만,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저조한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는 그간 오프라인 매출의 온라인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은 7조3000억원으로 2018년도보다 5% 줄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 감소했다.홈플러스를 7조 원에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임 전 대표는 2019년 홈플러스 전국 매장을 리츠(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로 만들어 상장하려 했으나 기관 투자자의 외면으로 결국 철회했다.MBK파트너스가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 사측과 노조 간 갈등도 깊어졌다. 노조 측은 MBK파트너스가 인수 당시 1조원 가까운 금액을 회사 미래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투자액은 3000억원에 불과하고 부동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며 리츠 상장에 반대해 왔다.이렇다 보니 후임으로 올 신임 CEO의 어깨도 무거운 상태다. 홈플러스가 공모 리츠 상장에 재도전해 위기 타개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만큼, 신임 대표 후보군 역시 유통 전문가가 아닌 자본시장에서 찾아 리츠 사업을 재도전 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업계 관계자는 “신임 CEO는 누가 오더라도 쉽지 않을 자리로 보인다. 홈플러스 수익 정상화와 관련해 고민이 깊은 만큼 재무와 유통 두 분야에 모두 정통한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리츠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 측은 "리츠에 대해서 일체 검토한 바가 없다. MBK파트너스 역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경쟁사 역시 코로나 사태로 인한 리스크 매니저먼트를 과제로 안게 된 상황에서, 경영능력이 입증된 외부 컨설턴트 출신들을 중책에 잇따라 기용하면서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신세계는 지난해 단행한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외부인사를 처음으로 영입했다. 강 대표는 1993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 유통기획과 등을 거쳐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자와 유통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이마트 컨설팅을 맡기도 했다.
‘이마트 창립이래 첫 분기 적자’ 쇼크 후폭풍으로 전격 외부에서 영입된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대표는 취임 1년간 이마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COVID-19) 위기속에서도 이마트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 907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7% 늘었고, 영업이익도 30.1% 늘어난 1512억원을 기록했다.여기에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는 연결 기준 21조 8784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매출인 19조 629억원보다 14.7%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204억 원으로 관측돼 전년 대비 46% 늘어날 전망이다.롯데도 변화를 택했다. 오프라인 유통 산업 정체에 코로나19 타격까지 고스란히 받으면서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감소한 롯데는 외부 인사를 데려오기 시작했다.지난달 롯데쇼핑 HQ(헤드쿼터, 본부) 기획전략본부장으로 영입된 정경운 상무가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로 일했던 이력이 있고, 올해 정기 임원 인사때 롯데마트 대표로 선임된 강성현 대표 역시 보스턴컨설팅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 조직을 슬림화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유통 혁신 전략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컨설턴트 출신 인사들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